한국의 금산분리법 개정, 미 금융권 진출 도화선 되나

금산분리
한국 금융위원회가 국외 진출 금융회사에 대해 사실상 금산분리와 전업주의를 적용하지 않는 규제완화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주 한인 금융권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금융위원회 측은 최근 “금융규제 개선 차원에서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영업점에 대해 해외법과 국내법이 충돌하게 되면 해외법이 우선 적용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만일 이 방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국외로 진출한 보험회사가 현지 은행을 인수하거나 한국내 은행이 국외에서 증권 업무도 겸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실례로 한화생명과 동부화재가 수년전 말레이시아와 라오스에 은행 설립 및 인수를 추진하다 실패했는데 이는 한국의 금산분리법이 산업자본이 지배하는 보험회사가 국외에서 은행을 인수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외법이 적용되면 한국의 금산분리 규제에서 벗어난 한국내 은행과 기업이 국외에 진출, 증권중개업을 하거나 보험상품을 팔 수 있게 된다.

금산분리법 규제 완화 소식이 전해진 9일 LA 일대의 한인 금융기관과 보험사들은 귀를 쫑긋 세우며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생존방식을 고민 중이던 일부 중소은행과 보험사들은 금산분리 완화 규정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은 눈치다.

지속적으로 대형 기관과의 합병을 모색하던 LA지역의 한 보험회사 관계자는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 가능성과 진출 시 여파, 그리고 한국 기관과의 합병 가능성을 분석하고 있다”라며 “한국 대기업들의 경우 자본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이들과 연합하면 한번에 업계 선두주자로 올라설 수 있다”고 높은 관심을 보였다.

로컬 금융권 관계자들은 “미 현지에서의 합병이나 증자 등을 통한 몸집 불리기는 한계가 있다”라며 “이전부터 한국 대자본과의 연계 가능성을 모색해 온 금융관련 업체들은 규제 완화를 통해 이를 단박에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대형 금융회사들은 한국의 기업이 진출할 경우 기존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을까하는 염려에 대책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금융 전문가들은 규제완화 조처가 장점 보다는 부작용이 많다고 지적한다. 재벌 그룹들이 감독당국의 손길이 뻗치지 않는 해외에 은행을 설립해두고 부당 거래나 돈세탁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의 금융위 측은 “현지법 우선 적용이라는 큰 방향은 정해졌지만, 보험회사의 해외 은행 인수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최한승 기자

▲금산관리법이란?

한국의 금산분리법(金産分離法)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 시키기 위해 재정된 법률이다. 원래 외국계 자본의 국내 금융산업 지배현상을 막기 위해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 산업자본에 대한 역차별이란 지적이 많은데 현재 세계적으로 모든 산업자본소유를 금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금산분리법은 보통 ‘하나’의 법률로 이루어지지 않고 크게 공정거래법,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등으로 분산되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상호간의 지분 소유를 금하고 있다. 예를 들면 금융지주회사는 금융업이나 보험업 혹은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의 주식을 제외한 국내(한국) 회사의 주식을 취득할 수 없고 반대로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업이나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회사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 또 비금융주력자는 은행주식의 9%를 초과하여 보유할 수 없고(지방은행은 15%),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경우 10%까지 보유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은행과 보험회사는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의 15%를 초과하는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한편 다른 국가들은 은행과 산업자본만을 규제하는 은산분리법만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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