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은 “‘디아스포라’의 기본적인 속성은 추방 혹은 실패”라며 “집세가 오르면 외곽으로 밀려나고, 정리해고가 벌어지면 직장에서 쫓겨나는 등 우리들은 수없이 추방과 실패를 겪는데, 이 같은 추방과 실패를 조금 아름답게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앨범을 작업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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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어송라이터 짙은이 새 미니앨범 ‘디아스포라’를 발매했다. [사진제공=파스텔뮤직] |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트라이(Try)’를 비롯해 ‘망명’, ‘안개’, ‘해바라기’, ‘히어로(Hero)’ 등 총 5곡이 담겨있다. 앨범의 첫 트랙 ‘망명’은 촉촉한 감성의 모던록을 들려줬던 짙은에 익숙한 팬들에게 상당한 이질감을 주는 곡이다. 리듬 악기 없이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 현악기만으로 무게감 있는 사운드를 구현한 이 곡은 마치 영화 ‘마지막 황제’의 OST ‘레인(Rain)’처럼 기쁘지도 슬프지도, 희망적이지도 자조적이지도 않은 복잡다단한 감정선으로 앨범의 성격을 정의한다. 전작들의 화려한 재킷과 대비되는 황량한 분위기의 앨범 재킷은 이 같은 음악적 변화를 뒷받침한다.
짙은은 “나를 비롯한 주변인들의 일상이 모두 정처 없이 부유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심각해 보이지만 실은 누구나 겪고 있는 근원적인 방황에 대한 감정을 내 방식대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철저히 내가 하고 즐기고 싶은 음악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앨범 작업을 했다”며 “후렴구에 힘을 주거나 기승전결을 강조하는 등 대중음악에서 통용되는 흥행 공식을 벗어난 곡을 쓰되, 짙은 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곡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안개’는 떠밀리듯 주변부로 밀려나 도피하는 사태를 50년대 전후(戰後) 소설 속의 정서와 비슷한 허무와 절망을 목가적으로 노래하고, ‘트라이’는 아무 것도 기약할 수 없는 불안한 자유를 향한 항해를 시도하는 모습을 웅장한 편곡으로 그려낸다. ‘해바라기’는 늘 움직이고 있어 닿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갈망과 외로움을 아련하나 처연하지 않은 멜로디로 표현하고, ‘해바라기’와 코드 진행을 공유하는 쌍둥이 같은 곡 ‘히어로’는 정주하는 곳을 버리고 떠나는 일을 안식을 찾는 과정이라고 보는 전복적인 시선이 돋보이는 곡이다.

이번 앨범은 짙은이 기획한 ‘디아스포라’ 연작 시리즈의 첫 앨범이기도 하다. 그는 “음악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앨범에 모두 담지 못했다”며 “향후 1~2장 더 연작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짙은은 내년이면 데뷔 10년차를 맞지만 정규 앨범은 2008년 작 ‘짙은’ 한 장뿐일 정도로 과작이다. 정규앨범 대신 미니앨범이라는 틀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뮤지션 입장에선 앨범이라는 구조적인 미학이 중요하지만 팬들 입장에선 그저 좋은 곡이 좋을 뿐”이라며 “앞으로도 정규앨범과 미니앨범이란 틀에 얽매이지 않고 그때그때 가장 적합한 형태의 앨범에 음악을 담을 생각”이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짙은은 4월 5일 오후 7시 서울 건국대 새천년홀에서 싱어송라이터 루시아와 합동 콘서트를, 5월 중 이틀 간 단독 콘서트를 벌일 예정이다. 4월 26일에는 경기 고양 아람누리에서 열리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 무대에도 오른다. 그는 “이번 앨범은 여행과 잘 어울리는 곡이 많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여행을 주제로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라이브로 들려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123@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