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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위기와 경제침체가 인수ㆍ합병(M&A)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있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M&A는 원래 경기에 민감한데, 최근의 경기침체와 신용경색은 워낙 심각해서 월가의 M&A 거래 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다.
우선 M&A 시장의 역학구도가 매도자에서 매수자 우위로 바뀌고 있다. 기업은 한 발 도약하기 위한 ‘기회’가 아닌,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는 ‘공포’나 생존을 위한 ‘필요’에 의해 M&A 시장에 먹잇감으로 나오고 있다.
매각 프리미엄도 사라지고 있다. 경제위기로 기업이 피난처를 급구하면서 인수기업으로부터 주주 프리미엄을 지급받지 않고 팔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특히 헬스케어나 자원 업계에서 더욱 더 그러하다. 대표적으로 제약회사 존슨&존슨이나 정유업체 엑손모빌 등은 매우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경영난을 겪는 경쟁사를 먹잇감으로 삼을 소지가 더 많다.
씨티그룹의 마크 G 샤피르 글로벌 M&A 담당 수석은 “현금 창출력이 뛰어난 기업이 헐값 매물을 인수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면서 매수자는 인수 대상 기업의 미래보다는 현재에 철저히 초점을 맞추는 추세다. 향후 이익창출 능력이 아닌, 당장 이익을 내는지 중시한다는 뜻이다.
지금처럼 현금이 각광받는 때에는 보통 M&A 거래에서 주식 맞교환이 선호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 경우 매수 기업이 인수 기업의 채무 상환 부담까지 떠안아야 해 M&A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다.
게다가 현 금융시장의 경색으로 매수자가 인수 채무를 리파이낸싱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사모투자 유치를 통한 M&A 자금 조달이 활기를 띨 것으로 신문은 예상했다.
또 소규모 M&A의 경우 매도자가 거래대금의 일부만 받고, 나머지는 기업의 미래 영업실적에 따라 지급받기로 하는 거래방식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톰슨로이터스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M&A 거래규모는 397건으로 2001년 9·11테러 이후 가장 적었다. 물가를 반영한 거래금액도 2002년 1월 이후 최저치인 155억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무산된 M&A 규모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달 최대 빅딜은 미 최대 통신사 AT&T의 센테니얼커뮤니케이션즈 인수였다. 하지만 규모는 9억3700만달러에 그쳐 지난해 기준으로 상위 100대 딜에도 들지 못한다.
김영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