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통신료…‘신경 꺼두라는 광고’ 와 다르네

SK텔레콤(SKT)에서 ‘망내무제한요금(같은 통신사 이용자끼리는 무료통화 차감이나 추가요금 지불 없이 무제한으로 통화할 수 있도록 하는 요금제)’을 이용하는 A 씨는 최근 해외 출장을 간 남편과 통화 중 ‘무료통화가 모두 소진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무료통화가 10분가량 남은 후부터는 SKT가 아닌 다른 통신사에 전화를 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음날 고객센터에 전화해 상황을 설명하니 고객센터에서는 “해외에 출장 간 남편과의 통화가 망외 요금으로 인식된다”고 답했다. A 씨는 “남편이 해외에 가도 나는 여전히 SKT 고객인데 왜 내가 요금을 지불해야 하느냐”고 수차례 따져물었다. 그러자 일주일이 지나서야 SKT 측은 “사라진 무료통화를 환원해주고 향후 이런 상황에 대해서 망내무제한을 적용해주겠다”고 했다.

같은 이통사 고객끼리는 무제한으로 음성통화를 이용할 수 있다고 알려진 망내무제한요금제. 이 요금제는 이용자 중 한 명이 해외에 있더라도 국내에 있는 이용자가 전화를 걸 때 발신자에게 여전히 망내요금제가 적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SKT에서 수신자가 해외에 있을 경우 국내 이용자에게 슬그머니 ‘망외요금제’를 적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SKT의 망내요금제는 이용자 중 한 명이 해외에 있을 때 국내 발신자에게 망외요금이 적용된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이 고객에게 전혀 사전 공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피해 고객이 제공한 고객센터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고객이 “이용자들이 이런 상황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을텐데 이렇게 민원을 제기하는 고객에게만 환원을 해주는 것이냐”고 묻자 고객센터 측은 “향후 이런 분들을 모두 조회해 환급조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 고객은 “고객이 무료통화시간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면 이런 사실은 감춰진다”며 “통신사가 임기응변식으로 상황을 넘어가려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이 문제가 SKT 문제만은 아닐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로밍은 통신3사 모두 실시간 과금체계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신속히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SKT 측은 이와 관련해 “해외에 있는 사업자와의 기술상 문제 때문에 망외요금으로 처리되는 게 사실이지만 고객 피해를 방지하고자 고객 요금 납부 전에 이 부분을 비과금으로 처리하므로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이른 시간 내 실시간 과금체계를 마련키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실제 고객이 뽑은 통화 내역에는 해당 통화가 모두 망외요금으로 적용돼 무료통화가 차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피해 고객은 “무료통화 역시 기본료에 포함되기 때문에 사실상 과금된 것”이라며 “SKT는 최근 ‘신경꺼두라’는 광고로 자사 서비스의 편리함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이런 사소한 문제도 예상하지 못해 고객을 눈뜬 장님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알렸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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