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포츠 “극심한 왕따를 버텨낸 경험, 성공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스타덤에 오른 휴대폰 판매상 출신의 오페라 가수 폴 포츠(45)는 자신의 삶을 그린 영화 ‘원 챈스’ 속에서 “내 삶이 바로 오페라”라고 한다. 실제로 만난 폴 포츠는 오페라의 많은 배역에 공감을 하지만 그 중에서도 레온 카발로의 ‘팔리아치’의 주인공 카니오에게 가장 애정이 간다고 했다. ‘팔리아치’는 유랑 극단의 광대 카니오의 이야기를 다룬 오페라로 극심한 질투에 휩싸인 주인공이 현실과 가상을 혼동에 극중 자신이 출연한 연극에서 아내를 실제 살해하고 마는 비극을 그렸다. 영화 속에서도 ‘팔리아치’의 카니오가 부르는 가장 유명한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가 나온다. 노래를 폴 포츠가 더빙했으며, 스크린에선 주연배우 제임스 코든이 연기한다. ”웃어라, 광대여, 마음이 괴로워서 연기와 대사를 분간 못해, 그래도 웃어라, 비록 그대의 가슴이 찢어질지라도”라는 가사의 노래. 극심한 질투와 비탄에 빠져 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대에 서서 웃고 연기해야 하는 광대의 숙명을 절절하게 표현한 곡이다. 


“오페라에서처럼 제 아내가 저의 ‘절친’과 바람이 난 것은 아니고, 제가 아내를 살해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던 것도 아닙니다만 (하하), 제 자신은 고통과 어려움에 괴로워하면서도 겉으로는 멀쩡한 척해야 하는 주인공의 숙명에 큰 공감을 했습니다. 자기 자신의 실제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 주인공과 동일시하게 되더군요.”

폴 포츠에겐 십대 시절의 ‘왕따와 괴롭힘’이 바로 속으로만 삭여야 했던 가혹한 고통이었다. 최근 내한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서 만난 폴 포츠는 “영화 속에 묘사된 것 이상으로 유년시절 10여년 이상 주위의 왕따와 괴롭힘에 시달렸다”며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야 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때에 삶을 견뎌냈던 힘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거대한 성공 후에도 자신을 망가뜨리거나 불행을 자초하지 않았던 비결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에겐 오랜 꿈과 노력, 희망의 결실이었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엔 ‘로또’나 다름없었던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 이후, 그는 세계 순회 공연과 음반 활동 등을 계속하며 행복과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말하자면 그는 하루아침에 거대한 부를 움켜진 후에 오히려 불행과 파멸을 자초하는 ‘로또의 역설’이 없었던 것이다.

“십대에 겪었던 극단적인 따돌림과 괴롭힘의 역경이 뜻밖에 찾아온 성공을 잘 수용하고 삶의 극적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열 몇 살 때의 저는 매일 매일을 버티기가 너무 힘들어서 ‘오늘 하루만 잘 살아내자, 그것이 성공이다’라는 생각만을 했습니다. 그리고 2007년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 우승) 이후 삶이 급변했죠. 어렸을 때 삶을 버텨왔던 힘이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행복을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이 됐어요.”


그의 삶을 그린 ‘원 챈스’는 영국 웨일즈에서 철강제련소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외모와 소심한 성격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왕따와 괴롭힘에 시달리고, 교통사고와 갑상선 종양 등 거듭되는 불운을 겪으면서도 오페라 가수의 꿈을 버리지 않았던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베니스 오페라 학교에서 꿈에 그리던 파바로티를 만나 그 앞에서 노래하는 기회도 얻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찾아온 불운 때문에 결국은 꿈을 포기하고 평범한 휴대폰 판매상으로 살아가던 중 세계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하기까지의 실화를 드라마로 옮겼다.

”영화에 만족합니다. 코믹한 요소와 드라마가 잘 표현됐습니다. 영화는 일부 과장하고 희화화됐지만 대부분은 사실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사실과 허구의 차이보다는 영화나 제 (동명)자서전, 그리고 실제의 제 삶이 가진 공통의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목표를 열망하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주위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 누구나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주제 말입니다. ”

영화화 제안을 받고 그가 제작진에 특별히 당부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다큐멘터리처럼 만들지 말자고 했습니다. 유머와 코미디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오히려 웃음이 메시지에 대한 수용력과 전달력을 높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교훈을 강요하는 설교조보다는 자연스러운 웃음과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길 바랐습니다.”

그는 오디션 우승 후 세계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며 팬을 만나고 공연을 했다. 한국은 벌써 11번째 방문이다.

“물론 제가 휴대폰판매상일 때 삼성과 LG의 상품도 팔았지만, 한국이라는 나라를 잘 알지는 못했죠. 많은 영국인들이 한국을 그저 공업제품 잘 만다는 나랄 정도로 알고 있을 겁니다. 실제로 방문해보니 선입견이었습니다. 한국의 역사는 훨씬 깊이가 있고 미묘하며 복잡합니다. 아름다운 도시도 있죠. 새로운 국가와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한국 노래로는 제가 공연에서도 가곡 ‘금강산’을 많이 불렀죠. 이제는 사람들이 ‘아리랑’을 배우라고 많이 권하더군요. 노력해보겠습니다.”

또 다른 꿈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만일 그렇다면 너무 욕심이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그저 노래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을 뿐”이라고 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많은 분들이 제 삶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고 말씀들을 하셨습니다. 크고 거대한 꿈도 있지만, 취업이나 승진 같은 일상의 소소한 도전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모두가 노력하면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럽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죠. 다만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매일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꿈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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