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카페 ‘베로네제’를 가다

크기변환_IMG_6988‘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온다는데… ‘

밤새 장대비가 쏟아졌던 지난 금요일 아침. 제시카와 한참을 고민했다.

비오는 주말에 딱 어울리는 곳은 어디일까? 빗길 프리웨이 운전도 조심스럽다. 오렌지카운티에 살고있는 제시카가 생각해 낸 곳은 남편 기범씨와 연애시절 데이트장소로 좋아했던 갤러리 카페 ‘베로네제 (Veronese)’.

일명 ’4.19카페’로 불리는 ‘베로네제’는 한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전 풀러튼 시장이었던 샤론 쿼 실바 주하원의원의 결혼피로연 장소로 쓰였을 정도로 타커뮤니티에 알려져 있고 카페를 운영하는 김지오.김영희 부부가 프랑스 유학파 아티스트인 관계로 한인 예술가들의 아지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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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네제’ 건물은 풀러튼 시가 지정한 ‘Historic House’로 1913년 풀러튼 뉴스출판사 게일 모어 회장의 사택으로 지어졌던 100년 된 고주택이다. 김씨 부부는 이곳을 지난 2003년 구입해 1년여에 걸친 리모델링을 통해 풀러튼에서 가장 아름다운 프렌치 카페로 재탄생시켰다.

 화가인 아내 김영희씨를 위한 아름다운 아뜨리에, 게스트 하우스를 개조해 만든 겔러리는 이곳을 ‘예술의 공간’으로 만들었고 아련함이 느껴지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식 정원은 ‘자연의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고철수집이 취미라는 김지오씨의 수집품들이 카페와 겔러리, 정원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마치 ‘베로네제’가 하나의 엔틱작품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곳을 ‘작은 프랑스’라고도 부른다.

한참 만에 베로네제를 찾는다는 제시카. 간밤의 비로 정원을 어지럽히고 있는 낙엽을 치우는 주인장의 손길이 분주하다. 카페 한 켠에서 커피를 즐기고 있던 손철호작가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건냈다.

홍대 미대 출신의 손작가는 미주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작가 중 하나로 나무, 돌맹이 등 자연에서 얻은 사물을 작품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을 복원시키고 있다.

크기변환_IMG_7010갤러리 관람을 같이 하기에 화가만큼 어울리는 동무가 있을까. 따뜻한 커피한잔씩을 들고 카페 구경에 나섰다. 빈 아뜨리에에서 맘에 쏙 드는 작품 하나를 발견한 제시카.

*제시카: 그림을 그릴 때 작가의 마음이 좀 복잡했나보다… 그냥 그런 느낌이 온다

*손철호: 그림을 배운 적이 있나?

*제시카: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고향인 필라델피아에도 큰 미술관이 있었는데 거기 가는 것을 좋아했다. 캘리포니아는 동부에 비해 미술관이 많이 없는 것이 아쉽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자 카페에 하나 둘 손님들이 찾아온다.

유럽 스타일의 샌드위치와 파스타도 베로네제에 오면 꼭 맛보아야 할 일품메뉴다. 그런데 타인종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샌드위치도 파스타도 아닌 다름아닌 ‘양은냄비 라면’이라고 한다. 비오는 날 딱 어울리는 프렌치 카페에서 날씨에 딱 어울리는 양은냄비 라면을 맛보았다. 반전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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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베로네제는 시크릿 가든 같다. 풀러튼 다운타운 한 가운데 이런 앤틱한 정원과 갤러리가 있는 카페가 숨어 있었다니…처음 왔을 때 많이 놀랐다.

*손철호: 나에게는 한국의 미사리나 양수리의 낭만 넘치던 카페의 추억을 되살려 주는 공간이다. 특히 전시공간이 많이 부족한 한인 미술가들에게 베로네제는 소중한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오는 3월 자신이 참여하는 4인전 ‘The Sound of Life’에 제시카를 초대하는 손철호작가.

“지난 2010년 발생한 아이티 대지진 당시 발생한 어린 고아들을 위한 전시회다. 아직도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제시카도 남편과 꼭 오시면 좋겠다”

한편 베로네제 갤러리에서는 ‘이용대 작가전’에 이어 오는 3월 6일부터는 시카고 한인미술가협회 그룹전이 시작될 예정이다.

*주소 419 W Commonwealth Ave. Fullerton/ 전화 714-578-8265  www.419cv.com

하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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