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영희(53) PD는 현재 중국에서 불고 있는 한류의 한 가운데에 있는 인물이다. 중국의 한류는 뜨겁지만 계속 가해지고 있는 심의와 규제가 만만치 않아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다. 그런 상황속에서 김영희 PD는 현장에서 중국인들과 함께 일하며 ‘한류 3세대’의 매뉴얼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주시해야 한다.
중화권 한류는 ‘사랑이 뭐길래’등 한국 드라마와 HOT 등 아이돌 댄스가수들을 좋아한 중국인들이 1세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 영화를 보고 음악을 다운로드받는 중국인들이 2세대, 예능 포맷이 수출되고, ‘별그대’ 등의 인기로 엄청난 파생상품을 만들어내면서 생긴 새로운 시장 환경이 3세대라 할 수 있다. 김영희 PD는 중국에서 한류콘텐츠를 만들면서 중국제작자들에게 자문하고, 또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김영희 PD는 MBC에서도 ‘이경규가 간다’의 양심냉장고, ‘신동엽의 신장개업‘ ‘신동엽의 러브하우스’ ‘느낌표’ 등 수많은 공익예능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현장을 떠난 후 한참만에 돌아와 만든 콘텐츠가 ‘나는 가수다’였다. ‘나가수’는 그 포맷을 그대로 사용한 중국인에게도 큰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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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희 PD는 현재 중국에서 불고 있는 한류의 한 가운데에 있는 인물이다. 중국의 한류는 심의와 규제가 만만치 않아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다. 그런 상황속에서 김 PD는 현장에서 중국인들과 함께 일하며‘ 한류 3세대’의 매뉴얼을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
김영희 PD 인생모토“비겁하게 살지 말자”
이런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까? 김영희라는 인간이 궁금해졌다. 김영희를 이해하기 위해 김영희를 만났다. 군인인 아버지가 부산군수기지사령부에 근무할 때 부산에서 태어나 6개월후 서울로 이사와 경희초, 동대문중, 환일고,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김 PD는 중학교 2학년때 가치관 형성에서 가장 핵심적이다고 할만한 일을 경험하게 된다.
“중학교 2학년때 소풍 가 상업고 1학년들과 큰 패싸움이 붙었어요. 우리도 많이 다쳤지만, 그 다음날 학교가 발칵 뒤집어졌더라고요. 싸움에 참가한 사람들은 다 나오라고 해 나간 사람들은 모두 정학 당하고 주동자 4명은 무기정학을 받았어요. 나도 ‘어제 싸웠습니다’라며 나갔는데 주임선생님이 ‘들어가 이 놈아. 니가 뭘 싸워’라고 말씀하길래 들어가버려 저만 정학을 당하지 않았어요. 선생님이 반장인 저를 몰려다니며 싸울 놈이 아니다, 그냥 휩쓸린 것으로 보고 봐준 것이었죠. 하지만 그 후 저는 매우 괴로웠습니다. 다른 애들은 매일 반성문 쓰고 벌을 받고 있는데 저만 수업을 받고 학생들에게 차렷, 경례를 하고 있었죠. 어머니도 ‘너가 그러면 안된다. 친구들이 정학을 당했는데’라고 말씀해 더 부끄러웠어요.”
김영희 PD는 이 일을 겪으며 ‘비겁하게 살지 말자’를 인생 슬로건으로 삼고 있다. 당시 벌을 받았으면 그냥 넘어갈 일이 벌을 받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뇌리에 크게 각인된 것이다.
“대학 가고 방송사 입사 후에도 비겁하게 살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프로그램 만들때도 책임 지는 삶을 살려고 했어요. 한 프로그램에 많은 스텝들이 참가하는데, 잘 만들건 못만들건 모든 책임은 제가 진다는 자세로 일을 해요.”
무슨 일을 해도 책임감을 가지게 된 배경인 ‘비겁하게 살지 말자‘와 함께 김 PD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단어가 도전정신이다. 그는 방송국 PD가 되는 것까지는 친구 따라 강남 간 격이지만 이후부터는 강한 도전정신을 발휘해 예능PD로도 성공할 수 있었다.
주변에서 안된다고 하면 더 도전정신 생겨
“사범대를 진학한 것은 등록금이 싸고 교사를 할 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에요. 대학 졸업을 앞두고 한 죽마고우가 ‘21세기는 방송PD의 시대가 된다’고 하길래 PD가 뭔지 잘 모르면서 원서를 썼죠.”
김영희의 예능PD로서의 경쟁력은 도전정신으로 빛을 발한다. 킬러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는 살벌한 시대에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상 새로운 것을 내놔야 한다. 그는 “막연한 자심감이 있었어요. 그것이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인지는 모르지만”이라며 “사람들이 안될 거라고 하면 오히려 대박날 수 있겠구나 라는 승부욕이 생겨요. 안된다고 하면 저는 초대박나겠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김영희 PD가 ‘나는 가수다’를 한다고 할때 주변에서는 말들이 많았다. 김영희 국장이 음악을 잘 몰라 ‘나가수‘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음악을 안다면 그런 기획물이 나올 수 없었다는 얘기였다. 가수들이 매주 또는 2주에 한 번 편곡된 음악을 자기 것으로 소화해야 하는 건 불가능했다. 박정현 윤도현 이소라도 “이건 안되는 거다”고 말했다. 김영희 PD는 “그래서 한번 해보자”였다. 이소라를 설득시킨 후 뚝심으로 밀어붙여 성공시켰다. 이전의 김영희표 공익예능도 그런 분위기에서 탄생한 것들이 적지 않다. 기자는 김 PD에게 후배들, 대학생과 같은 젊은 세대에게 도전정신을 강조하는 말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제 아들 딸한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내가 젊다면 나는 중국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이왕 하는 거라면 큰 물에서 놀아야지 아웃풋이 10~20배가 나오지 않겠어요. SM 이수만 프로듀서도 항상 큰 시장에서 큰 스타가 나온다고 말하거든요. 그게 지금은 중국 아닐까요.”

중국에 플라잉 피디로 갈 때 별로 내키지 않았다
김영희 PD가 ‘나는 가수다’와 ‘아빠 어디가’의 ‘플라잉 디렉터’(제작 연출에 대한 지도 자문을 맡은 사람)로 중국에 갈 때만 해도 별로 내키지 않았다.
“후배들도 플라잉 피디 하라고 하면 대부분 싫어해요.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는 이걸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가수’가 중국에서 성공해야 중국에서 뭘 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잖아요. ‘나가수’시즌2를 방송할때 중국의 후난TV 방송국에서 10명이 넘는 제작진들이 견학왔는데, 귀찮아도 잘 대해주고 열심히 가르쳐주자고 후배들에게도 말했어요.”
김영희 PD는 유럽과 미국 예능 프로그램 포맷보다 한국의 포맷이 중국에 더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제 중국에서 한국 포맷의 시장 석권이 가능해졌다.
“저는 이제 다른 차원의 일을 모색해야 할 거 같아요. 저들과 문화적으로, 정서적으로 교감하며 공동제작, 제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요.”
그는 최근 내년 1월에 방송될 ‘나가수’ 중국판 시즌3 기획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이미 2차례 방송돼 중국 시청자에게 익숙해진 ‘나가수’를 시즌3에서는 어떻게 해서 새로운 감동을 줄 것이냐를 연구하고 있다. 예능 포맷을 수출해 중국에서 제작할 때는 그곳 문화에 맞는 현지화라는 수정보완 작업이 필요한데,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그들의 리메이크 작업에 참가할 수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익을 취하고 한류를 확산시키는 것으로는 안됩니다. 우리가 경제적인 스탠스를 취하면 그들이 우리를 거부합니다. 중국에 들어가 문화적으로 그들에게 스며드는 것, 정서적으로 함께 한다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와 중국이 함께 만들어가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을 강구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문화에 대한 존경심까지는 아니더라도 타문화를 이해하고 인정할 것을 강조한다.
“지금 제작이나 기술이 우리가 한수 위라고 해서 괜히 그들에게 안가르쳐주고, 그럴 필요는 없어요. 우리가 가르쳐줘 그들을 성장시켜 그들 문화에 기여하면 좋은 게 많아요. 저도 조언해주면서 많이 배워요. 양쪽 다 상대로부터 바람직한 것들을 취할 수 있어요. 그들은 한 번 신뢰하면 업무상 기밀도 가르쳐줄 정도에요.”
김 PD는 한류 3세대는 공동 개발, 제작해 방송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러면 상호 문화 존중과 정서 교감은 더욱 중요해진다. 그는 포맷 수출을 뛰어넘는 정서를 교감하는 공동 개발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자신이 중국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미래도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재미있고 도전적인 일을 하다 중국어 실력도 많이 늘었다. 김 PD의 중국어 일반 실력은 초급이지만 생활 중국어는 벌써 중급을 넘어섰다.
서병기 선임기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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