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명량’의 폭발적 흥행은 사회적 맥락과 관련돼 있다. 우리가 다 아는 이순신의 이야기를 사회적 맥락과 잘 연결시켰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바를 이순신에 투영시키는 작업에 성공했다. 이순신의 공적과 활약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명량해전 한 부분으로 압축하고 그속에서 말하려고 하는 포인트를 잡았다.

첫 장면이 이순신이 고문을 당하는 장면이라는 사실부터가 그렇다.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이다” 신하의 충성은 임금이 아닌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이 말은 오히려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덕목이다. 공(公)이 아닌 사(私)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 사장과 상사 눈치만 보고 일하는 회사원들이 존재하는 한 ‘명량’의 이런 장면은 실감나게 다가온다.
역사는 현재보다 더욱 더 현재를 이야기 하기에 좋은 소재임을 영화 ‘명량’이 잘 보여준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순신 같은 리더가 없다. ‘명량’에서 이순신은 비장하고 진지하며 고뇌한다. 스스로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무수히 고민한다. 그리고 그 중요한 어머니를 모시는 제사도 소홀히 한 채, 백성을 향하는 충을 실천한다.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그런 이순신 장군에게 미안한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명량’ 관련 기사에는 으레 “한국사람이라면 무조건 봐야 한다”는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명량’은 그런 감정의 포인트를 건드리는 영화다.
우리는 당시 권력구조의 정점인 왕(선조)의 미움을 받고 고초를 당하면서도 백성을 위해서, 이땅의 민초들과 함께 하며 나라를 지킨 이순신 장군에 뜨겁게 공감한다. 하지만 현실은 세월호 사건 등에서 목격했듯이 정반대로 굴러간다. 선거를 하고 나면 커지는 건 무력감이다. 요즘처럼 허술한 국가관리체계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정치인과 공직자들을 목격하면서 이순신 장군은 더욱 절실히 만나고 싶은 존재로 다가온다. ‘명량‘은 국민의 그런 결핍의 감정을 건드린다.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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