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오타쿠들 위한 음악 만들고 싶었죠”

게임 · 애니 음악이 나에게 큰 영감
이번 앨범 전곡 직접 프로듀싱 맡아

“‘오타쿠(무언가에 깊이 빠진 사람을 가리키는 은어)’들에게 깊은 인상 남길 음악 만들고 싶었습니다.”

네모난 주름상자와 71개의 버튼으로 구성된 반도네온은 날카롭지만 우수에 찬 음색으로 듣는 이를 사로잡는 악기다. 19세기 중반 독일에서 고안된 반도네온은 19세기 후반 아르헨티나로 수입돼 탱고 연주에 널리 쓰이며 탱고를 대표하는 악기로 자리를 굳혔다.

국내 최고의 반도네온 연주자로 꼽히는 고상지가 최근 첫 정규앨범 ‘마이크그레(Maycgre) 1.0’을 발표했다. 이국적인 음색이 필요한 곡에 어김없이 이름을 올리는 ‘핫’한 연주자인 그는 자신의 앨범보다 ‘드래곤 퀘스트’ ‘에반게리온’ 등 자신의 음악에 영감을 준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야기에 더욱 흥분했다.

“어려서부터 즐긴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배경음악 상당수가 탱고 리듬을 가지고 있었어요. 게임과 애니메이션이 저를 반도네온으로 이끈 만큼 첫 앨범에 제 취향을 그대로 담아내고 싶었죠.”


일본 출신 세계적인 반도네온 연주자 코마츠 료타에게 사사한 고상지는 이후 정재형, 김동률, 윤상, 유희열, 이적 등 국내 정상급 뮤지션들의 앨범과 공연에 세션으로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또한 그는 지난 2011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편에 출연해 대중적인 인지도까지 쌓았다.

“반도네온이 기타, 피아노와는 달리 희소해 빨리 길을 찾을 수 있었지만 국내에서 좋은 연주를 볼 기회가 적다는 것은 아쉬워요. 실력 있는 반도네온 연주자들이 늘어나 서로에게 긍정적인 미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앨범에는 어린 시절에 본 영화 ‘위대한 유산’의 오래된 집을 떠올리며 쓴 타이틀곡 ‘빗물 고인 방’을 비롯해 앨범 발매 전 싱글로 선공개된 ‘출격’, 애니메이션 속 강한 여성 캐릭터들의 공통점이 붉은 머리였음을 상기하며 만든 ‘레드 헤어 헤로인(Red Hair Heroin)’, ‘홍제천의 그믐달’ ‘엔비(Envy)’ 등 9곡이 실려 있다. 고상지는 앨범의 전곡을 작곡ㆍ편곡하고 프로듀싱을 맡았다. 탱고하면 떠오르는 슬프고 격정적인 분위기 대신 ‘메카닉 애니메이션(로봇이 등장하는 만화)’을 연상케 하는 호쾌한 편곡과 연주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준다.

“요즘 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저를 언급하는 누리꾼들 중에 프로필 사진이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으로 설정된 이들이 늘었어요. 저를 ‘오타쿠’라고 부르는 그들의 표현이 그 어떤 호평보다도 즐거워요.”

한편, 고상지는 오는 10월 25일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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