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가 18일, 5년 만에 개최한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 공연은 신화가 끝나가고, 이제 ‘문화대통령‘이라는 타이틀도 내려놓으려 하는 서태지를 보여주려는 신호로 다가왔다. 22년간 의식있는 음악을 해온 뮤지션이 오랜 기간 자신과 함께 해온 팬들과 함께 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볼 거리, 들을 거리는 화려하고 풍성했다. ‘동화’를 콘셉트로 해 꾸며진 할로윈을 연상시키는 웅장한 무대, 5년전 국내 최초로 12분할 대형 무빙 LED를 시도했던 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무대 전면을 단순히 좌우로 움직이는 LED가 아니라, 상하 방향으로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무대를 선사했다. 이 무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서태지가 자신을 내려놓으려는 의도를 곳곳에서 읽어낼 수 있었다. 차분한 톤으로 관객들에게 ”많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고, “한물 간 별 볼 일 없는 가수가 들려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종반부 ‘컴백홈‘ ‘교실이데아‘ ‘하여가’는 연속해서 불렀지만, 그것도 힙합계의 트렌드인, 스윙스와 바스코와 함께 해 불렀지만, 1992년 이 세상을 놀라게 했던 데뷔곡 ‘난 알아요’는 부르지 않았다. “됐어, 이젠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 등 가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직설적인 현실 도발과 저항적 메시지를 깐 이 노래들은 당시 청소년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서태지의 이런 도발정신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새롭게 다가오고 있었다. 9집 ‘콰이어트 나이트’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의 가사는 ‘울지마 아이야. 애초부터 네 몫은 없었어. 아직 산타를 믿니?’로 부드럽게 도발한다. 동화로 출발했지만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다. 올해로 43세가 된 서태지의 연륜이 묻어난 도발이기도 하다. 서태지의 노래를 하나씩 듣다보면 그 화려한 무대들이 ”그게 이런 것이었어…“라고 느껴지며 전복의 의미로 다가왔다.
서태지는 데뷔부터 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댄스와 랩으로 대중성을 확보했고, 이후에는 하드코어까지 보여주었다. 이번에도 ‘크리스말로윈’에서 알 수 있듯이,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다양한 비트와 사운드를 장착해 라이브를 오롯히 느끼기 위해 온 관객들의 귀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기자의 옆자리에서 공연을 본 대중음악평론가 이대화는 “서태지의 화려한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요즘 대중들과 호흡하려는 모습들도 보였다. 아이유 스윙스 바스코 등을 게스트로 한 것도 젊은 세대들과 함께 호흡하고자 한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