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속 아날로그 정서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아날로그는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있는 것 다시보기다. 동물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밤 하늘에 있는 별을 보는 것 모두 우리 주위에 있는 것들이지만 놓치고 있는 것들이다. tvN의 요리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는 바쁘게 살면서 놓치고 있는 정서를 환기시켜준다.

디지털 문화란 워낙 빨리 돌아가는 속도전이어서 ‘앞’만 보고 달리게 한다. ‘옆’과 ‘뒤’를 둘러볼 겨를이 없다. ‘앞‘만 보고 달려가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 정서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옆‘과 ‘뒤’를 보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좀 더 마음에 여유를 가지며 편안해질 수 있다. ‘삼시세끼’를 보면 편안해지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유기농 예능을 지향하는 ‘삼시세끼’에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이들에게는 점점 스토리가 하나씩 형성되면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조그만해서 더 귀여운 강아지 ‘밍키’는 누구에게나 잘 따르고, 고양이 ‘멀랜다‘는 구운 생선을 훔쳐간다. 이질적인 관계인 개와 고양이가 여기서는 이상하게도 장난을 치며 잘 지내는 것도 흥미롭다. 매일 아침 신선한 우유를 제공하는 염소 ‘잭슨’은 다른 사람에게는 반응을 하지 않는데 유독 이서진(그의 뒤태)에게만은 친밀함을 표시한다.

동물들의 분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택연-밍키, 이서진-잭슨은 스토리도 조금씩 더 생겨나면서 더 많은 시청자의 감정 이입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14일 방송은 앞부분부터 밍키의 목욕장면이 등장했다. 옥택연이 밍키에게 목욕을 시키기 위해 개울가로 데려가 얕은 물에 놔뒀고, 밍키는 물을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다. 옥택연은 겨우 목욕을 시킨 후 사료를 챙겨주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귀여운 밍키를 좋아하면서 한편으로는 추워진 날, 차가운 물에 강아지를 씻겼다는 사실에 걱정도 하고 있다.(녹화날은 시청일보다 훨씬 전으로 그리 춥지 않은 날이었다.)

이서진은 무심한 듯하지만 잭슨의 집을 지어주고 이날은 행동반경이 좁아 답답한 잭슨의 끈을 풀어줘 마음껏 산책하게 했다. 잭슨이 고추잎과 줄기를 마구 뜯어먹어 다시 축사에 갇혔지만, 이서진과 잭슨의 관계도 특이하고 흥미롭다.

‘삼시세끼’는 동물들의 미세함까지 관찰하는 모습이 썩 잘 어울린다. 아날로그 감성이란 우리가 바쁘게 살면서 놓치는 작은 이야기, 디지털 문명과 떨어진 자연의 이야기를 복원하는 작업이다. 동물들의 사소한 모습도 담아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삼시세끼’를 보면 편안해지는 것도 그때문이다. 오히려 복잡한 미션을 부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사람과 동물들의 모습, 거의 무포맷에 가까운 예능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나영석 PD는 ‘1박2일’에서 순둥이 대형견 ‘상근이’를 거의 멤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재주를 발휘한 적이 있다. ‘상근이’와지상렬, 은지원 등과의 관계를 통해 동물에게도 캐릭터를 부여해 큰 인기를 얻었다. 여기서도 강아지뿐만 아니라 고양이, 염소, 닭에게까지 카메라를 갖다댄다. 앞으로도 이들 동물들의 모습들이 조금씩, 더 세밀하게 보여지면서 인간들과 동물들의 자연스런 관계가 좀 더 만들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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