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의 읽는 노래> 7. 퇴근길 맥주 한 잔이 뭐라고 이렇게 좋은 거니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내가 뭐라고 갑자기 모이고/니들이 뭐라고 무조건 모이고/우리가 뭐라고 우리가 뭐라고/이 한잔이 뭐라고”

여러분은 언제 처음 술을 마셔봤나요? 저마다 술과 첫 입맞춤을 나눈 시기는 다르겠지만, 첫 기억만큼은 서로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씁쓸하고 맛없는 액체……. 생래적 술고래가 아닌 이상 처음부터 술맛이 좋았던 기억을 가진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겁니다. 그 맛없던 술이 언젠가부터 신기하게도 날이 어두워지거나 맛있는 음식을 보면 절로 당깁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술맛이 언제부터 좋아졌는지 가물가물합니다. 하나는 확실합니다. 일상의 고단함과 누추함을 알아버린 때부터 술은 더 이상 씁쓸하고 맛없는 액체가 아니게 됐다는 사실. 그런 점에서 술맛은 일종의 경험명제입니다.


“사는 게 뭐라고 대단한 거라고/맥주가 뭐라고 기쁨이 된다고/이 맛이 뭐라고 이 맛에 산다고/이 한잔이 너무나 좋다고/니가 뭐라고 좋다고 모이고/친구가 뭐라고 부르면 모이고/우리가 뭐라고 우리가 뭐라고/이 한잔이 뭐라고”

엠넷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6’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가수 곽진언과 김필은 가끔 처음부터 듀엣이었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무대 위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던 둘의 모습이 무척 훈훈해 보였기 때문 아닐는지요. 이들 훈남 두 명이 다시 한 번 뭉쳐 듀엣곡 ‘뭐라고’를 발표했습니다. 곡의 주제는 ‘맥주’입니다.

“사는 게 뭐라고 대단한 거라고/맥주가 뭐라고 기쁨이 된다고/이 맛이 뭐라고 이 맛에 산다고/이 한잔이 너무나 좋다고/왜 이렇게 잘 넘어가/우리가 모였으니까”

사실 이 곡은 사실 모 주류회사의 브랜드 노래입니다. 곽진언과 김필은 이 주류회사의 모델이기도 하죠. 대놓고 브랜드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맥주의 청량감을 떠올리게 만드는 곡의 분위기 하나만큼은 일품입니다. 간결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어우러지는 둘의 시원한 보컬과 곡 말미에 삽입된 맥주 거품 꺼지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절로 500㏄ 잔을 가득 채운 생맥주가 떠오릅니다. 여기에 치킨 한 마리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겠죠. 이 곡은 온라인 음원 사이트 소리바다(http://www.soribada.com/music/album/KD0031713)를 통해 무료로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뭐라고 위로가 된다고/맥주가 뭐라고 응원이 된다고/이 맛이 뭐라고 이 맛에 산다고/이 한잔이 너무나 좋다고”

지난 2012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기자가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고 혹평해 국내 주류회사들의 자존심에 몹시 상처를 준 일이 있죠. 기자도 한국 맥주가 이태원의 수제 맥주나 유명 수입 맥주보다 맛있다는 말은 차마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국산 생맥주보다 주머니 가벼운 기자에게 자주 위로가 됐던 술은 없었습니다. 여러분도 욕을 하면서 가장 많이 마셨던 술이 국산 생맥주 아니던가요?

수제 맥주와 수입 맥주가 뭐라고……. 마셔서 좋으면 그만인 것을……. 브랜드 노래가 뭐라고……. 들어서 기분 좋으면 그만인 것을……. 퇴근길 맥주 한 잔이 뭐라고 이렇게 좋은 거니…….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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