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존엄성을 모르는 이들을 겨냥한 영화 한 편이 등장했습니다.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2관왕(‘주목할만한 시선 대상’·‘팜 도그 대상’)에 빛나는 ‘화이트갓’(감독 코르넬 문드럭초)입니다. 순종이 아닌 잡종견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헝가리의 정책 때문에 애완견 ‘하겐’은 하루아침에 거리에 버려집니다. 소녀 릴리는 하겐을 거리로 내몬 아버지를 증오하며 자신의 애견을 찾아 나섭니다. 그 시각 하겐은 유기견 보호소 직원들에게 쫓기고 노숙자에게 이용 당하고 투견으로 훈련받는 등 갖은 고초를 겪습니다. 가까스로 인간의 손에서 벗어난 하겐은 유기견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역습을 시작합니다.
개들이 펼치는 복수극이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닙니다. ‘화이트갓’은 인간 살인마가 등장하는 스릴러 이상으로 긴장감과 공포심을 유발합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하겐을 매매하고 때리고 약물을 주입한 인간들은 차례로 죽음을 맞습니다. 이들의 시체 앞에서 피를 뒤집어쓴 하겐의 모습은, 순진무구한 눈빛과 묘한 대비를 이루며 비애를 자아냅니다. 특히 수백 마리 유기견들이 부다페스트 거리를 내달리는 장면은 시선을 압도하며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 올립니다.
‘화이트 갓’의 더욱 놀라운 점은 컴퓨터그래픽(CG)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실제 개 250여 마리를 동원해 영화를 완성한 점입니다. 개들을 훈련시키는 데만 6개월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문드럭초 감독은 개들을 위한 영화를 찍으며 이들을 괴롭히는 역설을 피하기 위해, 가학적인 훈련이 되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했다고 합니다. 또 개의 눈으로 보는 세상과 인간을 담기 위해 카메라의 시선은 수시로 하겐의 시선으로 대체됩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