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영화 때문에 중박 없다? 오히려 긍정적 자극제”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멀티플렉스 CGV가 “극장은 관객의 수요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며, 개봉 영화 편성 과정을 공개했다. 이는 중소 영화 제작·배급사들이 꾸준히 제기해 온 불공정 편성, 관객들의 볼 권리와 관련된 부분으로 영화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9일 서울 CGV여의도에서 열린 ‘영화산업 미디어 포럼’에서 강경호 CGV 프로그램팀장은 개봉 영화 편성과 관련해 “일반적으로 개봉작이 극장에 다 들어가야 한다고들 말하는데, 기존 작품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개봉작은 예측 내용에 기반하고, 기존 상영작은 철저하게 실적 중심으로 편성돼야 한다”고 운을 뗐다.

강경호 팀장에 따르면 관객수요 기반의 예측 과정은 다음과 같다. 개봉작의 경우 △작품별 흥행력을 예상(개봉 1주간)하고 △당사 예상관객 수 및 좌석비중을 산정한다. △극장별 특성을 반영한 편성안을 수립하고 △편성 가안을 확정한 뒤 △배급사와 협의 과정을 거친다. 끝으로 △편성을 조정하고 최종 편성안을 확정한다. 기존 상영작의 경우 실적을 고려해 예상관객을 산정한 뒤 좌석 수를 배정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작품별 흥행력을 예상하는 지표에 있다. 대개 개봉 첫 주에 흥행 여부가 어느 정도 판가름 나는 만큼, 모든 영화에 개봉 첫 주의 스크린 수와 상영횟수, 상영시간 대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극장의 편성 기준이 되는 흥행 예측 지표가 충분히 납득이 가야 한다.

CGV 측이 밝힌 흥행력 예측 방식은 개봉작의 경우 과거 유사작품 3편의 흥행 실적을 꼽아 △영화의 내용/만듦새/제작비 규모/캐스팅 △시즌 수요 △경쟁 상황 △예매 수량 △관객 조사 △시사회 후 반응 등에 따라 가중치를 산정해 수치를 산출하는 식이다. 기존 상영작은 상영 기간에 따른 흥행 패턴과 관객반응 등을 통해 수요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강 팀장은 “유사작품 선정이 주관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배급사 반응이나 의견을 고려해서 선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흥행 가중치 요인 중에서 ‘시즌 수요’는 예컨대 유사 작품이 비성수기에 100만을 넘겼다면, 성수기엔 관객 수가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하는 것이다. ‘경쟁 상황’은 특별한 경쟁작 없을 때 ‘1’, 100만 이상 경쟁작 ‘0.8’, 300만 이상 ‘0.4’, 500만 이상 ‘0.4’, 1000만 이상 경쟁작이 있을 경우 ‘0’으로 가중치를 두는 요인이다. ‘예매 수량’ 요인은 명절 등의 특수한 시즌을 고려해 가중치를 두는 식. ‘관객 조사’ 요인엔 티켓 판매기의 여론 조사 등이 활용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산출된 흥행 예측 지수를 극장별 특성(상권 특성, 고객 성향, 현장 콘셉트, 경쟁 상황 등)과 결합해 최종 편성안을 도출한다. 이후 CGV 측은 각 극장 프로그래밍 담당자와 편성 커뮤니티를 통해 편성안을 조율하고, 개봉 후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는 등 흥행 예측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도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 팀장은 멀티플렉스 극장을 둘러싼 횡포를 의식한 듯 “관객 수요를 쫓아갈 수 밖에 없다. 효율적인 측면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며 “흥행 예측이 잘못될 수도 있지만 늦게나마 따라갈 여지는 충분하다. 요즘 관객은 스크린 수에 따라가는 게 아니라 콘텐츠 중심으로 가고 있다. 좋은 영화는 관객이 찾아본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흥행 예측에 오차가 있으면 결국 우리 실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배급하는 마음으로 (상영작 편성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효율성’을 강조하느라 관객의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선 “연간 상영 편수가 1000편, 다양성 위주로 간다고 하면 하루 3편씩 상영해야 한다. 그래서는 영화시장이 제대로 운영될 수가 없다”며 “천만 영화가 많이 나와서 중박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천만 명 이상 영화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이 긍정적 자극제라고 생각한다. 다양성 위주로 영화를 편성한다면 100만 영화도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 다양성을 위해 효율성 접고 가는 극단적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CGV 측의 관객 분석은 철저히 극장의 입장에 기반한 것으로 아쉬움을 남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상영관 수를 늘려가고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비긴 어게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위플래쉬’ 등의 흥행이 흔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그 만큼 화제가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양질의 콘텐츠가 있더라도 뒤쳐진 출발선에서 달린다면 경기 결과도 다를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요즘 관객들이 콘텐츠의 질을 중심으로 영화를 선택한다 하더라도, 특정 영화의 상영 시간대나 상영 극장의 위치가 접근성이 떨어진다면 차선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간과한 분석으로 보인다.

ham@heraldcorp.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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