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참 긴 것 같은데, 1년은 눈 깜짝할 새 흘러가 우리를 놀래곤 합니다. 어제의 기억은 단 하루 만에 가물가물해지는데, 1년 전 기억은 마치 방금 전에 겪은 일처럼 생생할 때도 많습니다. 시간은 상대적입니다. 남자 분들이라면 과거 군 시절을 돌이켜보세요. 훈련소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정말 지루하고 괴롭지 않았나요? 그런데 자신보다 늦게 군에 입대한 동생들은 왜 이렇게 자주 휴가를 나오는 것 같던가요? 내 힘겨운 시간은 더디게 흐르고, 남들의 힘겨운 시간은 쏜살같이 흐릅니다. 조동희의 ‘작은 리본’은 일상에 휩쓸려 흐려지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과 미안함을 담담한 어조로 노래하며 아픈 기억을 되새깁니다.
“미안해 미안해/어느 새 흐려져/사는 게 그리 쉽지 않네/미안해 미안해/노란 꽃잎이 피어/그 봄이 다시 살아나네”
아픈 기억의 반복은 그 기억을 더욱 생생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유가족들에게 하루하루는 지난해 4월 16일의 영원한 반복일 겁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은 사랑하는 가족이 왜 허무하고도 참담한 죽음을 맞아야 했는지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이 이뤄질 때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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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가 이미 참사의 원인을 선박 불법 개조, 과적, 평형수 부족 등이라고 발표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누군가는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하며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고도 말을 하더군요. 심지어 경기 침체의 원인을 세월호 참사로 돌리며 적개심을 보이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죽음이 우연한 사고라고 칩시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우리는 그저 ‘운빨’로 숨을 쉬고 있는 셈이로군요. 4대 의무를 지키며 사는 국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우연에 목숨이 좌우되는 삶이 과연 가치 있는 삶인가요? 매일매일 내 가족의 안전과 다가올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삶이 행복한 삶인가요?
“그날 그 거리에 매어있던 작은 리본/사랑한다고 외쳐 부르던 이름/이 어두운 하늘 다시 비는 내려와/날 안아주는 너의 용서처럼/내 가슴에 작은 빗방울/우리의 기억처럼 흘러들어와”
헌법 제69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해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선서해야 합니다. 즉, 헌법은 대통령과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는 모든 참사의 원인을 안고도 허가를 받아 버젓이 출항했습니다. 또한 지난 1년 간의 사고 수습과정에서 이 같은 헌법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도 의문입니다.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집회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은 그 의문의 크기를 보여줬습니다.
“미안해 미안해/어느 새 흐려져/사는 게 그리 쉽지 않네/미안해 미안해/노란 꽃잎이 피어/그 봄이 다시 살아나네”
음악전문 케이블 채널 엠넷은 지난 16일 ‘작은 리본’ 뮤직비디오에 대한 심의를 보류하고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심의 받도록 권고했습니다. 멜론, 네이버뮤직 등 대부분의 음원 사이트들은 엠넷 등 방송사의 심의 결과를 따라 뮤직비디오를 올립니다. 따라서 현재 음원사이트에서 이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노란 리본과 팽목항의 풍경을 담은 이 서정적인 영상(https://youtu.be/t1PZhlIVicI)이 과연 심의 보류 대상인지 직접 보고 판단해 보시죠.
앞으로 세월호 참사의 원인에 대한 진실 규명이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둘러싸고 벌어진 상황을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먼 듯합니다. T.S 엘리엇(Eliot)의 시 ‘황무지(The Waste Land)’의 표현을 빌겠습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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