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앤 스토리>샘킴, “어머니로부터 사람냄새 나는 요리를 배웠어요”(인터뷰)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기자]미셸 푸코는 근대 이후 권력이 작동하는 공간으로 감옥, 병원, 학교, 군대 등을 들었지만, 식당도 하나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스타 셰프 샘킴(38·본명 김희태)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나세라에서 마주하며 대화를 나누면서 든 생각이다.

요즘 셰프들의 인기가 장난이 아닌 걸 알지만 막상 그가 총괄 셰프로 있는 보나세라에 조금만 있다보면, 그의 유명세는 웬만한 연예스타 부럽지 않음을 알게 된다. 팬들로부터 수많은 선물을 받고 있고, 유튜브를 본 외국팬들도 샘킴을 찾는다. 수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다 못받을 정도다. 식당 손님들과 일일히 사진을 찍어준다. 방송 출연이후 식당 매출도 50% 정도 늘었다. 그의 식당은 적어도 2주전에 예약을 해야 될 정도다. 샘킴과 함께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오는 ‘야매요리’의 김풍이 말했던 ‘삼보일카’(세 발걸음마다 한번 카메라 세례)가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다.

“선물은 저의 어린 아들용이 가장 많고, 저에겐 셔츠, 꽃, 간식거리를 많이 보내줘요.”

그는 지난해 ‘1박2일’과 올해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면서 팬층이 초등학생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다양해졌다고 한다. 남녀 모두에게 인기가 있는 것도 샘킴의 특징이다.

수줍듯 웃는 모습이 편해 보이는 샘킴이 인기가 많은 건 당연한 듯 했다. 그는 고교 졸업후 만난 여성과 15년 연애 끝에 결혼한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샘킴은 어떻게 요리사의 길을 택했고, 어떻게 이탈리아 요리 전문가가 됐을까? 이 남자의 성장과정과 출세비결이 궁금해졌다.

셰프 샘킴 인터뷰./ 안훈 기자 rosedale@ 2015.07.10

▶엄마가 제 2금융권에서 빌린 300만원 갖고 미국 유학

샘킴은 서울 마포 토박이다. 염리동에 위치한 한서초등학교와 대흥동에 있는 숭문중학교와 숭문고교를 나왔다. 2년전 별세한 아버지는 철강사업을 하느라 늘 바빴지만, 한식집과 하숙업을 함께 운영하던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요리사인 어머니는 저에게 초등학교 3학년부터 장보기 심부름을 시켰어요. 훌륭한 요리만드는 법을 가르쳐 준 게 아니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쳐줬어요. 어린 시절 많은 친구들을 데리고 저희 집으로 갔는데, 어머니는 혼을 내시면서도 아들 친구들에게 퍼주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런 걸 물려받은 것 같아요.”

샘킴은 어릴 때부터 엄마가 음식을 만드는 걸 도와주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의 입에 음식이 들어갔을때 맛있어 하는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그래! 맛있는 요리가 사람을 좋아하게 하는구나. 막상 요리에 매력을 느끼고 요리사가 되겠다고 하자 어머니는 고생을 많이 한다면서 반대했다.

하지만 어머니로부터 ‘사람냄새 나는 요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따뜻한 요리’ ‘엄마, 할머니의 정성이 들어간 요리’ ‘음식을 퍼주는 한솥문화’를 배운 샘킴은 음식을 만들어내는 셰프에 대한 집념을 포기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전문대를 6개월간 다니다 96년 미국으로 갔고, 돌아와 99년 다시 미국으로 나가 LA 할리우드에 있는 키친 아카데미에서 7년간 공부하며 2006년 졸업했다. 키친 아카데미는 프랑스 르꼬르동블루의 미국 버전격이었다.

“유학을 준비할 때는 아버지 사업의 부도로 사실 포기 상태였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제2 금융권에서 300만원을 빌려, ‘이걸로 지지고 볶든지 해라’며 유학자금(?)을 주셨어요. 미국에 도착해 방을 구하고 바로 다음날부터 알바를 뛰었죠. 그후 7년동안 한번도 부모님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았어요.”

새로운 희망을 걸고 미국에 온 샘킴은 거울을 보며 자신이 초라함을 느꼈다고 한다. 새벽 4시에 떡집에 출근해 하루종일 일했다. 30만원을 저축했다. 일식 초밥집에서 3년간 열심히 일해 5만달러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일식집 주방에서 오래동안 일해 키친 아카데미에 입학 할때는 준 프로급이었어요. 당연히 수석입학이었죠. 감자 까는 동작만 봐도 사람들이 놀라곤 했죠. 너무 앞서가니 학교와 학생들이 좋아하지 않았어요.”

샘킴은 7만 달러나 되는 학비를 모두 현금으로 냈다. 수많은 알바활동으로 모아둔 돈이었다. 학교에서는 한국의 부잣집 아들이 왔다고 소문이 났다. 다른 사람들은 거의 융자를 받아 등록금을 내는 사정을 몰랐기 때문이다.

수줍듯 웃는 모습이 사람 좋아 보이는 샘킴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사람냄새 나는 요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따뜻한 요리’를 만들고 싶어한다.셰프 샘킴 인터뷰./ 안훈 기자 rosedale@ 2015.07.10

이탈리아 요리 전문가가 된 이유

샘킴은 일식집에서 오래 일했지만 이탈리아 요리 전문 셰프가 됐다. 그렇게 된 이유가 있다. 유학 가기 전부터 파스타를 만들곤 했는데, 친구들이 “맛있다”며 전문적으로 한번 해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친구 엄마중에 이탈리아 요리사가 있었던 것도 한몫했다. 엄마나할머니가 만든 이탈리아의 파스타는 샘킴이 어릴때 배워 좋아하게 된 ‘사람 냄새 나는 음식’ ‘따뜻한 정이 있는 음식’이라는 한국적 정서와 통했다. 그런 정서는 지난해 샘킴이 출연한 EBS ‘세계 견문록 아틀라스’ 지중해 맛 기행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따뜻한 기풍을 지닌 아탈리어 음식에 반했다.

“초밥집에서 3년간 생선을 만지고 이탈리아 요리를 하는 건 다소특이하고 이색적인 과정이어요. 처음부터 이탈리아 요리만 한 것보다 시야가 더 넓어질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자 계기라 생각해요.”

샘킴은 매년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그 나라 음식과 문화를 접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시칠리아를 포함한 남부지방을, 지난 4월에는 밀라노, 베네치아, 토스카나 지방을 다녀왔다. 그는 자동차 회사에 근무하는 ‘비정상회담’의 이탈리아 대표인 알베르토에게 이탈리아산 미니카를 장만했다.

건강한 요리…요리로 세상을 조금씩 바꿀 수 있겠다

샘킴은 방송에 나가는 이유에 대해 “요리하는 즐거움을 전하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요리가 훌륭한 소통도구가 될 수 있음을 알고있다. 요리하는 기쁨을 나누고, 맛있고 건강하게 먹는 방법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단다. 그래서 방송도 요리하는 컨셉 외에는 사절이다. ‘진짜 사나이’는 군대 음식문화 개선과 부대내 텃밭가꾸기와 같은 구상을 가지고 출연했다. 군인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힐링하자는 것이었다.

“음식을 속성으로 만들기보다 건강하게 먹고 싶어요. 저도 작년부터 김포공항의 담 주변 부천에 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요. 토마토 4종, 호박, 샐러드용 채소 등을 심고있죠.”

샘킴은 식물들을 키우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고 했다. 식물 줄기를 잘 쳐주면 맛이 있고, 안쳐주면 상큼함이 있다.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산지식이다.

그는 친구인 가수 정엽의 말마따나 요리로 어떻게 봉사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셰프계의 성자’라는 별칭은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요리대결의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넉넉한 웃음으로 대하는 데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요리를 통한 봉사를 착실하게 실행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푸드트럭을 타고 전국을 돌며 음식으로 팬들과 만나는 ‘함께 쿠킹’이라는 푸드 캠페인 프로젝트는 이미 100일을 넘겼다.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 다문화가정 아이, 난치병에 걸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쿠킹클래스도 열고 있다.

“아이들이 쿠킹 클래스를 신기해 하기도 하죠. 음식을 가운데 놓고 모르는 사람과의 만남은 저를 건강하게 해요. 저에게 노래를 하라면 못해요. 요리는 내가 할 수 있는 것, 기여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샘킴은 그런 생각을 바탕에 두고 다른 분야와의 콜래보레이션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음식을 매개체로 해 가수, 패션 디자이너와 함께 하는 행사를 가졌다. 음식과 요리가 장벽을 뛰어넘게 해준다. 서울에는 많은 셰프가 있지만, 오지에는 셰프가 해주는 음식을 접하기 어렵다. 샘킴은 방과후 스쿨이라는 이름으로 시골이나 오지를 가 전교생이 10명도 안되는 학교 아이들과 못먹어봤던 음식을 만들고, 함께 먹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이 수업이 끝나면 늘 축구를 한다고 하더라구요. 이런 아이들에게 음식을 만드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함께 먹고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샘킴이 음식을 통한 소통과 화해와 희망이라고 말한 건 이런 것이었다.

“선진국은 음식을 먹는 걸 뛰어 넘어, 맛있게 먹고, 만드는 사람과 음식 탄생경로를 주목해요. 누가 어떻게 만들었냐, 명품 요리를 누가 어떻게 디자인 했냐는 말들을 해요. 이제 우리도 요리에 대해 그렇게돼가고 있는 같아요.”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샘킴 셰프가 걸어온 길

▶1977년 서울 마포에서 태어남

▶1996년 서울 숭문고 졸업

▶2006년 LA 할리우드 키친 아카데미 졸업

▶2009년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나세라 총괄셰프

▶2010년 미국 스타셰프협회 아시아 스타쉐프 선정

▶2014년 KBS ‘1박2일’ 출연

▶2015년 MBC ‘진짜 사나이’ 출연

▶2014년~현재 jtbc ‘냉정고를 부탁해’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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