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 엔터] ‘못난이’ 황정음은 ‘여신’ 김태희를 감당할 수 있을까

[헤럴드경제] 조금 과장해 TV 스타는 ‘외모가 팔 할’이라고 한다. “바스트로 쑥 들어오는 장면이 많으니 얼굴이 그만큼 부각되잖아요.” 이때문에 배우도 PD도 외모를 강조한다. “TV에 나오려면 무조건 예뻐야 한다”는 말은 시청자를 위한 배려라고 한다.

“왜 드라마 주인공은 예쁜 여자뿐일까요? 예쁜 여자만 주인공인 드라마는 진부하고, 예쁜데 안 예쁜 척하는 드라마는 진정성이 떨어지는 것 같았죠.” (정대윤 PD)

[사진제공=MBC]

황정음은 그래서 ‘못난이’가 됐다. MBC 새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를 통해 전에 없이 못생겨졌다. 연출을 맡은 정대윤 PD는 드라마 기획 단계부터 황정음을 여주인공으로 염두에 두고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 황정음에게도 ‘촉’이 살아났다. “제목에 중점을 두고 작품 선택을 한다”는데, “느낌이 왔다”고 한다. 문장 그대로 ‘과거형’이다. 황정음은 이 드라마에서 예쁘지 않다. 머리는 뽀글거리고, 얼굴엔 주근깨가 덮였다. 검은 바지에 흰 양말을 신는 여자다. 패션 센스마저 빵점인데 패션지에서 근무한다.

“TV 속 여배우는 예뻐야 해요. 화면에선 여배우의 얼굴이 적나라하게 나오거든요. 저도 이제 예뻐지려고요. 관리도 받고요. 신경 좀 써야겠어요.”

[사진제공=MBC]

불과 11개월 전 ‘끝없는 사랑’(SBS) 이후 본지와의 인터뷰 당시 전했던 답변과는 달리 황정음은 망가지는 길을 택했다. 경쟁자는 미니시리즈 시청률 가뭄을 끊어낸 김태희가 여신처럼 등장하는 SBS ‘용팔이’다. 본의 아니게 ‘못난이’와 ‘여신’의 대결이 됐다.

후발주자는 걱정이 적지 않다. PD는 “황정음이 예쁘게 나올까봐 걱정”하며 찍었고, 황정음은 “망가진게 진짜 보기 싫어 채널이 돌아갈 수 있겠다” 싶어 노심초사였다. “망가지는게 편하다”던 황정음도 “내 얼굴을 보고 이렇게까지 망가져도 되나 싶어 우울해졌다“고 한다.

황정음도 어느새 연기 경력 10년차가 됐다. 처음부터 연기를 잘 하는 배우는 아니었다. 걸그룹 슈가로 데뷔했다. 2005년 연기 데뷔작 ‘루루공주’ 시절엔 독보적인 ‘발연기의 아이콘’이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을 만나기 전까지 7편의 드라마를 거쳤다. ‘하이킥’은 황정음에게 “연기의 재미를 알려준 작품”이었지만, 그것 이상의 “코믹 연기를 보여줄 수 없다는 판단”과 “‘시트콤형 연기자’라는 혹평”에 변신을 거듭했다. 줄기차게 이어지던 비련의 여주인공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는 “역시 연기는 내 맘대로 되는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는 예뻤다’는 ‘망가진 황정음’이 키를 쥐고 있다. 자신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지붕 뚫고 하이킥’의 조성희 작가와 다시 만났다.

사실 이 여주인공의 과거는 찬란했다. 부유한 집안이었다. 한 때는 ‘모두의 첫사랑’이었다. 가세가 기울었다. 생활전선에 던져진 여자는 인생도 외모도 망가졌다. 알바를 전전하다 잡지사 인턴이 된다. 3포세대의 아이콘이다. ‘하이킥’ 시절 사랑받던 캐릭터의 연장이다. 그 와중에 만난 직장 상사가 학창시절 첫사랑이다. 망가진 여주인공, 뒤엉킨 사각관게, 3포세대의 그늘까지 더하니 전혀 새로운 드라마는 아니다. 다만 황정음의 연기는 지켜볼 만하다. ‘킬미 힐미’로 탄력받으며 존재감을 입증한 황정음이 몸풀기를 끝내고 시동을 거는 로코(로맨틱 코미디)다. “잘 할 수 있는 걸 하겠다”던 황정음의 ’두 번째 게임‘이다. ‘끝없는 사랑’ 이후 황정음은 “이제부터가 본게임”이라고 했다. 8회부터는 예뻐진다. 16일 첫 방송이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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