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미의 무비 for U-8000m보다 더높은 인간의지 ‘에베레스트’] “위험하고 돈들고 가정파탄…근데 왜 산에?”

“힘들고 위험하고 돈도 들고 가정도 파탄내는데…(웃음) 왜 도전하는 거죠?”

에베레스트 정상 등정을 하루 앞둔 날, 베이스캠프에 둘러앉은 등반가들에게 기자가 묻습니다. 그의 질문에 순간 적막이 흐릅니다. 일본인 여성 등반가 야스코는 “6개 최고봉에 올랐으니 7번 째에 오르는 건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합니다. 목수 겸 우체부 더그는 “나같은 평범한 사람도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눈 앞에 엄청나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질텐데, 오르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고도 하죠. 나이도 직업도 국적도 산에 오르는 이유도 제각각이지만, 오직 에베레스트 정복을 목표로 18명의 남녀가 모였습니다. 


1996년, 롭 홀(제이슨 클락 분)을 필두로 한 ‘어드벤처 컨설턴츠’와 스콧 피셔(제이크 질렌할 분)의 ‘마운틴 매드니스’ 팀이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섭니다.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기고 몇몇은 낙오된 상황에서, 이들은 마침내 꼭대기에 다다릅니다. 고행의 시간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때,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로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오죠. 비극을 그리는 과정에서 영화의 미덕은 빛납니다. 실화 소재 재난 영화들의 경우, 사건을 드라마틱하게 가공하면서 실화 자체의 힘을 잃는 경우가 있습니다. 관객을 손쉽게 울리기 위해, 동료애나 가족애 등을 노골적으로 활용하는 유혹에 빠지기도 하죠. ‘에베레스트’는 평범한 인간들이 각자 또 같이 자연에 맞서는 과정을 담담하게 따라가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등장 인물들의 얼굴을 자주 클로즈업하는 화면도 인위적으로 감정을 이끌어내려는 장치는 아닙니다. 산(山)을 상대로 인간이 품는 설렘, 두려움, 공포, 무기력, 환희 등 다채로운 감정을 담아, 조난이라는 사건 자체보다 산과 인간의 관계에 주목하려는 의도가 읽힙니다.

‘에베레스트’의 메시지는 한 등반가의 대사로 갈음할 수 있습니다. “(산에 오르는 건) 사람과 사람의 경쟁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과 산의 경쟁이고, 최종 결정권은 산에게 있는 거라고.” 등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야 관객보다 등반가들이 더 잘 알고 있겠죠. 등반 경험이 많은 벡(조쉬 브롤린 분)은 여느 때와 다른 두려움에 휩싸이지만 등정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삼수(?) 만에 정상을 눈 앞에 둔 더그는, 일행이 모두 내려간 뒤에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며 하산하지 않습니다. 팀의 리더인 롭은 위험한 상황인 걸 알면서도, 더그의 간절한 눈빛에 그의 뒤를 따르죠. 누가 승기를 쥘 지 알 수 없지만, 이들은 산과 경쟁하는 쪽을 택한 것입니다. 투잡 쓰리잡을 하며 모은 돈으로 눈에 밟히는 가족을 남겨두고서까지 산에 오르려는 이들의 의지는 대자연도 꺾을 수 없었습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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