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수단이자 자기콘텐츠개발 통로로
개그맨 박성호, 김원효, 김재욱은 지난 16일 부산 윤형빈소극장에서 ‘쇼그맨’이라는 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TV에서만 보던 개그맨들을 150석 규모의 작은 무대에서 만난 관객들의 반응이 상당했다. “전세대를 아우르는 인지도와 공연 경험이 많은 개그맨의 구성”(부산 윤형빈소극장 김영민 대표)이라는 점이 통했다.
변기수의 ‘뉴욕쇼’. 임혁필의 ‘펀타지쇼’, 김기리 김성원 류근지 서태훈의 ‘이리오쑈’, 이광섭의 ‘대박포차’, 김영민의 ‘코미디몬스터19’ ㆍ‘김영민쇼’를 비롯해 제주전용관 등 다양한 국내외 공연으로만 활약 중인 옹알스까지 많은 개그맨들이 무대로 향하고 있다. ‘개그콘서트’(KBS2), ‘웃음을 찾는 사람들’(SBS), ‘코미디빅리그’(tvN) 등의 프로그램이 코미디를 선보일 수 있는 유일한 활동창구가 되는 시장에서 TV 밖으로 눈을 돌린 개그맨들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코미디언들이 공연 무대로 향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마음의 고향’이었고, ‘생계 수단’이었으며, ‘자기 개발의 통로’였다.
제약이 없는 무대 위 공연은 개그맨들의 갈증을 해소해준다. 방송 코미디는 사실 고단한 작업의 연속이다. 매주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는데 코너의 수명은 지극히 짧고, 가족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수위에 대한 제약도 많다. 자신이 꿈꿔온 코미디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되는 이유다.
류근지는 “방송을 하면서도 연습생 시절 몸 담았던 무대가 항상 그리웠다”고 했다. ‘개그콘서트’ 멤버들과 함께 ‘훈남 개그맨’ 콘셉트로 ‘이리오쑈’를 기획한 배경이다. ‘이리오쑈’는 류근지를 비롯해 김기리 김성원 서태훈이 ‘개콘’에서 선보였던 기존 코너들에 살을 붙여 확장된 공연이다. 류근지는 “방송에선 15세 등급 수준의 코미디를 짜지만 무대에선 우리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코미디를 한다는 점에서 훨씬 자유롭다”고 말했다.
‘웃음을 주는 일’도 결국 ‘먹고 사는 일’이다. 갈증 해소보다 더 현실적인 것은 생계 유지 문제였다.
현재 방송3사 코미디 프로그램엔 각각 10여개의 코너가 무대에 오르는데, 개그맨의 숫자는 이보다 넘친다. 코너 구상에 몰두하나 TV엔 얼굴 한 번 비추지 못하는 개그맨도 숱하다. 안철호 SBS PD는 ”‘웃찾사’에도 150명 가량의 개그맨들이 있다. 이들 모두가 매주 방송에 출연할 수는 없다. 어쩔 수 없이 내부 경쟁을 하는 구조”라며 “방송을 할 때는 괜찮지만 쉴 때가 문제가 된다. 아주 많진 않더라도 고정 수입원이 필요한 개그맨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 개그맨은 실제로 “커튼콜에라도 얼굴을 비춰야 출연료를 가져가는데, 그것마저 없으면 고정 수입원이 사라진다. 생계 유지를 위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먹고 사는 현실이 무대로 발길을 돌리게 한다는 것이다. 공연 무대가 대단한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지만 숨통을 틔워준 측면은 있다.
출발은 각기 달랐을지라도 개그맨들의 무대 진출은 스스로가 콘텐츠의 주인이 된다는 점에서 “자기 개발을 위한 미래 투자”(안철호 웃찾사 PD)라는 시각이 많다. 공연 무대는 개그맨들에게 “자신의 연기를 다지는 밑거름이자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창구”(‘개콘’ 이재우 PD)가 되며, “스스로의 능력을 평가받고 연기뿐 아니라 기획, 연예계 다른 분야로의 재능을 발굴하는 자리”(안철호 PD)가 된다.
개그맨들에게 ‘자기 콘텐츠’를 가진다는 것은 큰 매력이다. 개그맨 김영민은 “공연 코미디는 불확실한 개그계에서 단명하는 코너가 아닌 장기화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해 자신의 것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코미디 업계는 부가시장이 크다. 공연을 통해 자기 콘텐츠를 만들면 이를 바탕으로 강연, 각종 행사 등으로 활동범위도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