돗자리를 펼쳐주었더니, 한껏 ‘자뻑’을 이어나갔다. 드라마 ‘푸른거탑’에서의 냉철한 의사, ‘베토벤 바이러스’의 독설본능 지휘자, ‘불멸의 이순신’에서 수군을 호령하던 장군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속물이고, 비겁하고, 망가진 인물을 연기해도 그에게 ‘품격’이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9일 개봉한 영화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감독 권종관)에서 속물근성 사건브로커 ‘필재’로 분한 김명민(44)을 만났다.
까칠하거나 무겁고 진지한 ‘전문직 전문배우’였던 그가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힘을 빼고 ‘인간 김명민’의 모습을 스크린에 노출시키는 일이 잦다. 시리즈물인 ‘조선 명탐정’ 때무터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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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영화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에 출연한 배우 김명민을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
“연기를 시작할 때 코믹한 연기를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었어요. 코믹 연기는 연기의 장인들이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찍 했다가 망신당하지 않으려고요. ‘조선명탐정’이 적기에 들어왔던 것 같아요.”
새 영화 ‘특별수사’에서 그는 한때 경찰이었지만 지금은 경찰보다 먼저 사건현장에 가서 현장을 지키고 있다가 연행되는 사람들에게 변호사 사무소 명함을 날리는 사건브로커 역할을 맡았다. 경찰일 때 감옥에 넣었던 사기꾼들이 이제는 그의 ‘고객’이 된 희한한 상황이다. 캐릭터에는 적절한 유머와 냉소, ‘츤데레’가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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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 스틸컷 [사진=NEW 제공] |
“감독님께서도 신뢰감 있는 사람이 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캐릭터가 너무 나가도 안 되고 너무 덜 가도 안 되기 때문에요. 그 자체가 속물 같은 사람이 와서 연기하면 인물의 과거가 설명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저처럼 진중한 배우가…. (웃음)”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맡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는 배우로 유명하다. 이순신이나 정도전(SBS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기본 중의 기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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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영화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에 출연한 배우 김명민을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
“배우는 인물의 어떤 한순간만 연기를 하는 거잖아요. 영화는 며칠 만에 일어난 일을 담는 거고요. 그래서 그 인물의 전사와 후사를 미리 알고 들어가야 해요. 언제 태어났고, 어떤 가정환경에서 자랐고, 친구는 누구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갈지…. 학교 다닐 때부터 과제로 해 오던 것들이에요. 연극 제대로 전공하신 분들은 다 그렇게 하실걸요?”
‘연기 본좌’라는 수식어는 이런 그의 노력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을까. 그는 부끄러워했다.
“왜 그런 말이 계속 붙어다니는지 유감스러워요, 부담되고요. 정말 잘하는 사람들은 그냥 이름 석 자로 각인되지 다른 수식어가 필요치 않잖아요. 한때 이슈가 됐던 드라마 캐릭터들 때문에 그때 붙었던 말이 지금까지 오게 됐는데 저한테는 주홍글씨 같은 느낌도 들어요.”
드라마 쪽에서 다작하던 배우였지만, 최근에는 스크린 행보가 잦다. “드라마 관계자들이 저한테 원하는 이미지,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있더라”라며 “영웅이나 리더 역할이 아니면 잘 안 들어온다”고 했다. “영화 쪽으로 캐릭터의 다양성을 찾고 있죠. 저를 절실히 필요로 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작품이 나쁘지 않다면 가요.”
‘나쁘지 않다면 간다’는 말이 귀에 꽂혔다. 연기할 땐 철저히 완벽주의자이지만 작품 선택에는 큰 욕심이 없다는 듯한 말이었다.
“항상 좋을 수는 없잖아요. ‘일희일비하지 말자, 크게 기대하지 말고 크게 실망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살아요. ‘이거 하면 무조건 흥행해, 이거 하면 잘 안되지 않을까, 필모그래피가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안 해요. 결과에 좌지우지되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jin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