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연령·고령 운전자 증가에…보험업계 “속타요”

20세 이하·50대이상 운전자 급증
운전미숙 등으로 사고율 증가
항아리형 연령구조에 손해율 껑충

#1..지난달 20일 오후 9시16분께 광주 북구 양산동의 한 도로에서 80세 안모씨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안씨의 주머니에서는 차량 키가 발견됐고, 인근에는 운전석 창문이 반쯤 열린 안씨의 차량이 세워져 있었다. 조사 결과 안씨는 자신의 차량을 타고 대구에서 광주로 이동하던 중 급성 치매가 발병해 의식을 잃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 지난 5월 10일 오후 6시 30분께 인천의 한 도로변에 서 있던 SUV차량이 인도로 돌진하더니 치킨 가게를 뚫고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길 가던 초등학생 2명과 가계 종업원 1명이 다쳤다. 73세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가속페달을 밟아 생긴 것이었다.


고령화로 60대 이상 운전자가 늘고 있다. 이로 인해 고령 운전자들이 낸 교통사고 역시 최근 5년 새 70%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젊은층의 자가용 소유가 늘어나면서 20세 이하 운전자도 늘고 있다. 운전이 서툴고 안전 의식이 미약한 이 연령대도 고령자 만큼이나 사고 위험이 높다. 상대적으로 사고율이 높은 20세 이하와 50대 이상 운전자들이 늘면서 보험회사들은 손해율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20세이하 50대 이상 운전자 증가로 사고 증가=경찰청의 운전면허 소지자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0~2014년 20~49세 운전면허 소지자 수는 큰 변화가 없는 반면, 19세 이하는 2010년 22만7000명에서 2014년 40만1000명으로 연평균 15.22%, 50~59세와 60~64세, 65세 이상은 각각 연평균 6.68%와 8.82%, 13.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우리사회가 인구 고령화에 접어들면서 자동차보험 가입자도 장년층 비중이 늘고 있다”며 “사회생활 연장으로 택시나 운수 업종 운전자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교통사고 발생도 연령대별 변화를 보였다.

20~50세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건수는 큰 변화가 없으나 20세 이하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8.85% 증가했으며, 51~60세와 61~64세, 65세이상은 연평균 9.41%와 11.94%, 16.08%로 빠른 증가율을 나타냈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이 낸 교통사고가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6.1%에서 2012년 6.8%, 2013년 8.2%, 2014년 9.1% 등으로 늘어났고, 2015년에는 9.9%를 기록해 10%대를 눈 앞에 둔 상태다. 전체 교통사고는 이 기간 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고령자들이 신체적 노화에 따른 시력, 청력, 근력 등의 저하로 신호등과 네온 등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차량의 경적을 잘 듣지 못해 사고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하고 있다.

도로교통부에 의하면 지난해 고령 운전자(65세 이상) 사고에 따른 사망자는 737명으로 2010년에 비해 34.7% 증가했다. 또 교통사고 사망자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05년 26.7%에서 2011년 33%, 2012년 34.6%, 지난해에는 36.0%까지 상승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노인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고령 운전자 사고 포함)는 지난 2011년 기준 30.5명에 달하며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대 이하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율도 전체 연령 평균치보다 2.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아리형 연령구조로 차보험 손해율 증가=평균 수명 증가로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매년 늘고, 운전 미숙의 저연령 운전자도 증가하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에서 피해자에서 지급한 보험금 비율)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로 인한 손해율이 따로 나와 있지 않지만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8%로 잠정 집계됐다. 손해보험사들은 적정손해율을 78%로 보고 있다.

최창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인구변화를 고려한 자동차보험 요율 최적화’라는 보고서에서 “금융당국의 규제와 치열한 시장 경쟁으로 인해 보험사들이 연령별 손해율 변화 추세를 보험료 요율 산출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인구변화에 따른 연령 구간별 손해율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해외 여러나라에서는 이미 다양한 형태로 고령운전자에 대한 안전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75세가 되면 운전 면허증은 유효기간이 자동 말소되고 만약 계속 운전을 하려면 면허 갱신 신청서와 함께 의료 증명서를 제출해야하는 등 강력한 관리를 하고 있다.

일본은 자진면허반납제도를 통해 운전에 한계를 느끼는 고령자들이 스스로 운전의 지속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은 고령운전자에 대한 장기간의 체계적 연구를 바탕으로 안전교육 프로그램과 운전면허 갱신 체계 개선 등의 방안을 함께 시행 중이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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