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멜로드라마나 로맨틱코미디에서 고복실 같은 캐릭터는 더러 있었다. 무공해 산골처녀다. 남지현의 강원도 산골처녀는 정려원(MBC ‘넌 어느 별에서 왔니’의 복실 역) 등에 의해 선보였던 이전의 산골처녀 캐릭터보다 조금 더 리얼리티가 있다.
정덕현 방송평론가는 “복실이는 도시의 욕망, 자본시스템과 무관하게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캐릭터”라면서 “사람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람들을 믿기 힘든 사회일수록 순수한 복실 캐릭터에 대한 열망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복실이가 거지나 다름없는, 길에서 배회하는 강아지(멍뭉이) 같은 루이(서인국)를 데려다 먹여주고 입혀주는 것은 완전 판타지다.
복실에게는 삭막한 도시에서 못느끼는 따뜻한 정이 있다. 모든 걸 받아주는 모성(母性)일 수도 있다. 모르는 사람이 오면 누군지 의심하기 보다 밥 부터 내주는 게 우리의 모성이다.
재벌집 아들이 기억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커피부터 명품을 찾는 루이(서인국)에게 짜증을 내기는 커녕 하나하나 다 보살펴주는 복실에게 빠지지 않기는 어렵다. 남자라면 복실이처럼 얼굴도 예쁜 여성이 모든 걸 다 받아준다면, 이런 여성과는 ‘연애 따로 결혼 따로‘할 필요가 전혀 없다.
남지현은 아역에서 출발해 성인연기자가 된 지 얼마되지 않았다. KBS 주말극 ‘가족끼리 왜 이래’(2014년)를 통해 성인 연기자로 첫 발을 내디뎠다. 이 때가 딱 스무 살 때다. 여기서도 남지현은 무작정 상경한 시골 소녀 강서울을 연기했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화려하게 꾸민 상태의 남지현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것이 산골소녀 캐릭터의 리얼리티를 높여준다. 패셔니스타 못지 않는 세련된 여성을 몸빼 바지를 입히는 등으로 촌스럽게 만들어 산골처녀 캐릭터를 만들곤 했던 케이스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남지현은 ‘쇼핑왕 루이’를 통해 배우로서 그 진가를 톡톡히 드러내며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으로 입지를 다지게 됐다. 미니시리즈 첫 주연을 맡게 된 남지현은 고복실 이란 맞춤 옷을 입고, 데뷔 13년 차의 베테랑 연기자답게 월등한 캐릭터 소화력을 드러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가득한 캐릭터는 남지현이 가진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더해져 고복실 캐릭터의 청정 매력을 잘 표현해 냈다. 게다가 상대 배우 서인국(루이 역)과 예기치 못한 달달한 케미까지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남지현은 지금도 여전히 어려 보이지만, 탄탄한 연기 수업을 쌓아왔다. 10년 넘게 똑 소리 나는 야무진 아역 배우로 활약해왔다.
MBC ‘사랑한다 말해줘’(2004)로 당시 10살의 나이로 데뷔한 남지현은 ‘로비스트’ ‘에덴의 동쪽’ ‘선덕여왕’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자이언트’ ‘무사 백동수’ ‘엔젤아이즈’ 등 다수의 작품에서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어린 나이지만 성인 연기자 못지 않은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인 남지현은 사극, 시대극, 현대물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내며 연기 내공을 다졌다.
‘선덕여왕’은 남지현의 이름을 각인 시킨 작품이나 마찬가지다. 덕만 공주의 어린 시절을 당차게 연기했고 남지현 이름 앞에 자연스럽게 붙는 말이 ‘덕만이’일 정도로 오랜 기간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아 왔다. 이후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엔젤아이즈’의 상대 배우 김수현, 강하늘과의 설렘 가득한 호흡부터 성숙한 연기력, 캐릭터의 세밀한 감성 표현까지 남지현은 장차 성인 연기자로도 기대되는 배우이자,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남지현은 ‘가족끼리 왜 이래’로 성인 연기자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뤘고 이후에도 학업과 작품을 병행하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갔다. 단막극은 물론 누적 관객수 700만 여명을 기록한 영화 ‘터널’의 히든 캐릭터로, ‘고산자, 대동여지도’에서는 김정호의 딸로 각각 분해 하정우, 차승원, 김인권 등의 선배들과의 호흡도 척척 맞춰 나가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남지현은 이제 ‘쇼핑왕 루이’를 통해 아역에서 청춘 로코의 여주인공으로도 안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