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와 관련해 북한이 우회적이나마 준비돼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미국이 문턱을 낮춘 상황에서 대사를 성사시키기 위해 차분하게 움직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20일 “북미대화가 반드시 남북대화보다 먼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호적 환경 속에서 진행하는 게 낫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라며 “지금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데 호시우보의 자세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재인<사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전화통화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의 고위급대표단이 귀환한지 열흘이 다 돼가지만,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전화통화는 시기보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현재 정의용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채널을 비롯해 외교ㆍ안보라인을 풀가동해가며 미국과 북미대화 및 남북대화 성사를 위한 물밑접촉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우리는 대화에도, 전쟁에도 다 준비되어 있다”면서 “온 세계가 다 알고 있는데 어떻게 되어 유독 미국만 모르고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북한 관영매체가 전쟁을 언급하긴 했지만 대화에도 준비돼 있다고 밝힌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북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데 이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북한의 대화 요청에 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평창올림픽 이전보다 북미대화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
다만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인식이 천양지차라 중간에 자리한 한국의 운신의 폭이 넓지는 않아 보인다.
외교소식통은 “지금 우리가 서로 살아온 배경이 전혀 다른 남녀의 만남을 주선해야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는데, 남녀의 생각차가 워낙 크다보니 중매하는 입장에서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