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여름휴가, 돈 없어 해외로 가려고요”

정부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지인들과 식사를 함께 했다. 취재를 위한 만남이 아닌 가벼운 사석같은 분위기 속에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레 본격적으로 시작된 여름휴가로 모아졌다. 많은 직장인들이 그렇듯 휴가 시기는 바캉스 시즌이 절정에 달하는 7월 말부터 8월 초중순에 몰려 있었다.

‘언제’로 시작된 휴가 이야기는 이내 ‘어디’로 옮겨갔다.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이어진 화제는 휴가철만 되면 치솟는 피서지 물가였다. ‘한철 장사’로 대변되는 피서지의 바가지 가격은 국내 여행보다 비용을 조금 더 들여 해외로 휴가지를 선택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평소 10만원 선이면 갈 수 있는 괜찮은 숙박업소 가격은 극성수기면 2~3배까지 치솟는다. 오죽하면 “돈이 없어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자조섞인 푸념이 나올 정도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다가올 여름 성수기를 맞아 거리가 만만찮은 미주노선의 경우에도 벌써 항공권 예매율이 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인천공항을 가득 메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여름 휴가시즌은 일에 지친 국민들의 휴식이라는 측면과 함께, 소비를 통한 내수경기 진작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가뜩이나 최근 국내 소비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휴가 시즌 전국에 풀리는 돈은 내수시장 활성화의 기폭제가 된다. 하지만, 국민들이 국내가 아닌 해외휴가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며 내수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집계한 해외 소비는 31조9000억원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국민들의 국내관광 활성화를 위해 눈치보지 않는 휴가 사용을 독려하고, 정부가 올해부터 근로자 휴가지원사업 도입을 본격 시행하는 등 정책적 지원까지 나서고 있지만 이런 노력들이 국내 휴가를 늘릴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휴가의 경제적 효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크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사용근로자 1400만명이 부여된 연차휴가(평균 15.1일)을 모두 사용할 경우 생산유발액은 29조3000억원에 달하고 13조1000억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경제효과가 모두 국내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은 순진한 생각이다. 물론 정부도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휴가철 피서지 물가안정대책을 논의했다. 오는 8월까지를 ‘물가안정 특별대책기간’으로 지정하고 행정안전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물가종합상황실을 운영하는 등 피서지 숙박 등 부당요금과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연례행사처럼 내놓는 특별대책만으론 피서지 바가지 요금을 근절하기엔 역부족이다. ‘여름 휴가는 국내에서’ 같은 쌍팔년도식 캠페인 역시 해외로 떠나는 휴가객들의 발길을 돌릴 순 없다. 전국 방방곡곡에 숨어있는 보석같은 관광 명소로 휴가객들을 향하도록 만들 근본적인 해결책의 고민이 절실하다.
 
igiz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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