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애의 스크린에서 삶을 묻다] 시크릿가든(Secret Garden) 영국 정원 7곳

나이 들수록 산에 오르고 꽃과 나무를 키우거나 그것도 아니면 뒷마당에 야채와 채소를 심어 모종을 하고 물을 주며 가드닝에 흠뻑 빠져 사는 시니어들이 많다. 넓고 화려한 정원이 아니라도 내 마당에 한 그루 나무를 심고 꽃을 심어 화단을 가꾼다.

이렇게 자연과 호흡하며 그간 내 몸에 쌓였던 도시의 비정함을 털어내고 살포시 흙의 건강함을 심어준다. 그래서 손바닥 정원이라도 가꾸고 물을 주며 호흡해야 나도 돌아보게 되고 자연의 소리를 듣게 된다. 영국 영화 ‘The Secret Garden’을 소개하고 싶었던 중요한 이유는 영국의 정원을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흔히 ‘영국식 정원’이라는 용어는 화려하고 기하학적인 프랑스풍 정원과 반대로 목가적이고 자연 그대로를 살려 정원을 가꿨던 그들의 정원 문화를 일컬을 때 많이 쓴다. 영국에서는 18세기 계몽사상의 영향으로 정원에도 목가적이고 초원 그대로를 살린 자연스러운 풍경의 정원이 자리 잡게 됐고 이를 ‘영국식 정원’으로 부르게 됐다.

‘The Secret Garden’의 마크 먼든 감독은 영화의 주요 공간이자 어찌 보면 또 하나의 주인공이기도 한 비밀의 정원을 찾기 위해 영국의 유명하다는 정원은 모두 헌팅을 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선택된 시크릿 가든은 총 13곳. 이중 영화 속에서 중요한 공간으로 이미지와 메타포가 활용된 주요 시크릿 가든 7곳을 소개한다.

◆Trebah Gardens: Cornwall, England 트라바 가든

행정구역상으로는 잉글랜드. 지도를 보면 웨일스 남쪽의 콘월 반도에 위치해 있다. 트라바 가든은 ‘셀틱해’를 접하고 있어 바다와 접한 시크릿 가든이다. 고급 결혼식 장소로도 유명한데 런던에서 차로 약 5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트라바 가든에 들어서면 마치 열대 숲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데 시크릿 가든 영화 속에서 주인공 메리가 마치 우산처럼 머리 위에 쓰는 군네라(Gunnera)가 이곳 트라바 가든의 여름철 군집 식물이다. 가을에는 다양한 색상의 수국이 정원에 가득해 장관을 이룬다.

Trebah Garden
트라바 가든

Bodnant Gardens: Colwyn Bay, Wales 보드넌트 가든

웨일스 북쪽에 위치해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비틀스의 도시 리버풀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 영국의 대표적인 로즈가든으로 유명하지만 ‘시크릿 가든’ 에서는 비밀의 정원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타나는 라버눔(Laburnum Arch) 터널로 유명한 곳이다. 라버눔은 일명 금사슬 나무(Gold Chain)로 불리며 유럽이 원산지다.

이 라버눔은 5~6월에 활짝 피며 등나무 꽃처럼 줄줄이 노란색 꽃들이 거꾸로 매달려 있어 장관을 이룬다. 꽃이 필 때 내뿜는 바닐라 향기에 취해 노란색 꽃 터널을 거닐다 보면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이 아름다운 가든이다. 라버눔 아치를 보기 위해 영국은 물론 유럽 전역에서 이곳을 방문하는 관람객들로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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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넌트 가든

◆ Iford Manor: Wiltshire, England 일포드 매너

이름에서 알아차렸다면 센스 굿. 이곳 일포드 매너가 위치한 남부 영국은 로마 문화의 유적이 산재한 곳이다. 바로 인근 도시인 바스(Bath)는 일명 로만 바스라 불리는 온천 휴양지로 로마 제국이 멸망할 때 로마인들이 대규모로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로마의 생활습관과 문화가 자리 잡았다.

바스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 휴양지이기도 한데 곳곳에 로마 시대 건축물이 남아 있으며 로마제국의 대형 목욕탕과 똑 같은 건축물이 유적지로 남아 관광객들이 온천을 즐긴다. 도시 이름이 바스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곳 바스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이탈리아식 건축물과 조각들이 어우러진 정원이 나타난다. 이 정원이 일포드 매너다. ‘The Secret Garden’에서는 메리와 디콘이 비밀의 정원을 누빌 때 뒤로 아스라이 조각과 건축물이 보이는데 바로 이곳에서 촬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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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포드 매너

◆Fountains Abbey: North Yorkshire, England 파운틴 애비

파운틴 수도원의 수경 정원은 이 영화에서 가장 독특한 설정이다. 마크 먼든 감독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오랜 세월로 폐허가 된 수도원의 수경 정원에 역사를 간직한 수도원 건물과 동상 등이 물에 비치는 그림은 순수한 동심이 기꺼이 환상적인 세계와 맞닿는 콘셉트를 나타내기 위해 기획됐다”고 밝혔다.

특히 걸어볼 생각도 하지 않고 마치 죽을 날만 받아놓은 듯 침대에만 누워 있던 콜린이 이곳 수경 정원에서 조심스럽게 물장난을 치고 수영에 도전하다 결국 한 발자국씩 걸음을 걷게 되는 곳이라 영화 전체에서 큰 의미를 갖는 곳이다. 엄격하게 수도생활을 했던 수도사들이 모두 떠난 그곳은 이제 영국의 문화유산으로 남아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붐비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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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틴 애비

◆Woodhall Estate: Hertfordshire, England 우드홀 에스테이트

영화의 중요한 상징 중 하나인 비밀의 정원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는 곳이 바로 우드홀 에스테이트. 메리가 얼기설기 드리워진 넝쿨을 타고 벽을 넘어서자 저 벽 건너에는 지금껏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환상적인 정원이 펼쳐지게 된다.

메리의 엄마와 이모가 각자 자신들의 아기였던 메리와 콜린을 안고 큰 나무에 매단 그네 밑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액자 속의 사진이 촬영된 곳이다. 크레이븐 경에게는 나풀거리며 그네를 타던 릴리가 그네에서 떨어진 후, 아직도 흔들거리는 곳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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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홀 에스테이트

◆Puzzlewood: Gloucestershire, England 퍼즐우드

이끼 낀 숲 속에서 바위를 딛고 나무줄기를 계단 삼아 비밀의 정원을 탐험하는 메리의 모습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이곳은 이끼 식물이 무성하게 뒤덮인 곳으로 스타워즈 시리즈와 닥터 후 TV시리즈가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짙은 초록색과 하늘에서 숲을 뚫고 내리쬐는 햇살이 영화감독들에게 창의력을 불러일으키는 비밀스러운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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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우드

◆Duncombe Park: North Yorkshire, England 던콤비 파크

노스 요크셔 무어스는 잡초와 야생화 히스로 뒤덮인 황무지다. 던콤비 파크는 18세기 영국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어 많은 소설과 영화의 무대로 등장하곤 했다. 소설 ‘폭풍의 언덕’ 배경도 이 지역이다. .’The Secret Garden’에서는 메리가 이곳 노스 요크셔 무어스에 도착한 후 미슬 스웨이트 캐슬의 테라스에서 이 지역을 바라보는 장면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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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콤비 파크

◆Helmsley Walled Garden: North Yorkshire, England 헬름슬리 월레드 가든

또한 이곳 던콤비 파크의 키친 영역의 부속 정원인 헬름슬리 웰레드 가든에서도 촬영이 진행됐다. 이곳은 온갖 종류의 식물과 동물들로 가득한 5에이커의 정원으로 현재는 숙박시설로 이용되며 이곳에서 직접 재배한 과일과 채소로 식사를 제공한다. 영화 속에서는 메리와 디콘이 화려한 색상의 꽃밭을 뛰어다니는 장면에서 등장하는데 이 화려한 장면은 CG의 힘을 약간 빌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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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름슬리 월레드 가든

이명애/서울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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