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민발의안의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LA 지역에서 500만달러 이상의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면 이에 4%의 추가세금을, 1000만달러 이상 부동산에는 5.5%의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것이다.
500만달러의 4%는 20만달러, 1000만달러의 5.5%는 55만달러다. 즉 이 가격대 이상의 주택을 구입하면 판매가에 더해 이 만큼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하는 것이다.
이 주민발의안을 추진하는 단체들은 “부자들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희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 세금으로 향후 10년간 최소 2만 6000채 이상의 주택을 노숙자에게 공급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이후 LA 지역에서 거래된 500만달러 이상 주택은 전체 거래의 약 3%라며 이를 기준으로 하면 최소 8억달러를 추가적인 세금으로 거둬들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균형을 위해서는 일부의 희생이 불가피하며 이는 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일부의 희생을 통해 전체적 균형을 맞춰야만 사회가 제 궤도에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반대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대다수의 부자들은 높은 세율에 많은 세금을 내는 것만으로도 기본 의무는 했다고 말한다.사회가 법으로 규정한 것 이상을 하는 것은 의무가 아닌 자발적 선행이라는 것이다.
이 또한 맞는 말이다. 물론 일부의 주장처럼 옳지 않은 방법을 통해 부를 축적한 자산가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열심히 일해서 그런 부를 쌓았다면 그래서 자신이 번 만큼 쓰겠다고 한다면 이를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서 이들에게 강제로 돈을 더 내도록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기 돈이 아니라고 말을 쉽게 한다”라거나 “공산당도 아니고 맨날 부자 돈만 빼앗을 생각을 한다”는 불만도 당연하다.
감정을 빼고 숫자로만 생각해도 이런 추가 세금안은 그 실효성에서 큰 의문이 든다.
주택거래에 이렇게 막대한 세금을 물린다면 과연 그만큼의 거래가 일어날지 의문이다. 20만달러, 55만달러가 별 것 아닌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굳이 그 돈을 더 내면서까지 그 집을 사려는 사람은 예전에 비해 줄어들 것이 뻔하다.
또 주택 거래가 줄어들 경우 생겨나는 일들도 생각해 봐야 한다.
주택 거래가 줄면 세수도 줄고, 고가 주택 건설이나 재건축, 인테리어, 고가 자재 및 가전기구 등 연관된 투자 및 소비도 줄어들게 된다. 고가 주택 거래를 주로 하는 브로커들의 수입감소도 불가피하다.
편법도 충분히 가능하다.
LA 지역 럭셔리 하우스 전문 브로커들은 “일단 거래금액을 기준선 이하로 낮추면 된다. 바이어는 추가 지출을 아낄 수 있다. 셀러 역시 가격을 낮춰 판매할 수 있다. 가격 부담에 발을 빼는 바이어들을 잡기 위해서라면 돈을 약간 손해 보더라도 빨리 처분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또 방법만 바꾸면 약간 낮춘 돈을 다른 조건을 붙여 충당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집 안에 가구나 기타 물품을 묶어서 따로 판매하고 바이어가 그것을 받아들이면 된다. 노숙자 문제나 사회적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알지만 지금 LA시나 기타 시민단체들이 이를 해결하려는 방식은 전혀 이성적이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추가 세금안을 밀어붙이겠다면 감정에 호소하기 보다는 주민발의안을 통과시켰을 때 이로 인해 벌어들이는 세수가 그 반대의 경우를 항상 웃돌 것이라는 것을 숫자로 보여주는 것이 좋다. 그러면 그나마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는 게 그들의 충고다.
이 주민발의안이 내년 선거에 상정되려면 2022년 봄까지 최소 6만 5000명의 주민서명을 확보해야 한다.
|
최한승 /최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