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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45일, 8500명의 목숨줄이 달렸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폐쇄 관재자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지난 주말 경매를 통해 SVB의 새로운 인수자를 찾았지만 실패했다. FDIC는 조만간 2차 경매를 진행할 계획이다.
SVB의 폐쇄 및 처리 과정에서 지금까지 특별한 언급이 없었지만 가장 어려운 위치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SVB의 직원들이다.
FDIC는 은행 폐쇄가 결정됐던 지난 10일 SVB의 직원들에게 발송한 이메일을 통해 “앞으로 45일 안에 SVB인수 기업이 나오면 고용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전원 해고 조치된다”라고 알렸다.
지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의 관련자이자 SVB최고경영자(CEO)인 그레그 베커 CEO등 일부 임직원은 고액연봉에 거액에 매각한 주식(1만2451주, 약 360만달러, 폐쇄 11일 전에 처분) 등으로 나름대로 출구전략을 실행했지만 나머지 직원들은 그야말로 하루 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된 것이다.
올해 3월 현재 SVB의 직원은 무려 8500명이다. 최근 80명을 정리해고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한인은행 뱅크오브호프와 각각 수백 명을 내보낸 JP 모건체이스와 웰스파고, 골드만삭스의 해고인원 3200여명보다도 3배 가까이 많은 인원이다.
타 은행들의 경우 수요가 급감한 모기지, 거래가 부진한 대출 등 나름대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지만 SVB의 경우 전 직원이 한번에 자리를 잃게 됐다.
만일 FDIC가 정한 45일 안에 인수 기업이 나와도 전 직원을 승계할 가능성은 낮다. 아직 인수 의사를 표한 기업도 없고 이에 대한 정부의 대안도 없는 상황이다.
인력관리(HR)업계 관계자들은 “인수 기업이 빨리 나온다고 해도 전체 직원 중 고용이 인계되는 비율은 절반이 안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이는 향후 사업 계획 및 영업 지역 등은 물론 평균 15만달러 선으로 타 은행 대비 높은 임금, 기업 이미지 개선 그리고 최근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인력난에 따라 계속 유지됐던 직원 수 등을 고르게 고려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SVB를 퇴사한 직원들이 다른 직장을 찾을 때에도 인터뷰 등에서 곤란한 점이 많을 것이다. 고용주 측에서도 해당 직원의 능력이 아주 출중하지 않는 한 사회적 문제가 됐던 기업 출신에게 후한 점수를 주지 않게 마련”이라고 덧붙였다.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