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요르단·바레인·말레이시아와 한조
16강 진출시 이라크·사우디 등 만날 듯
한국 축구대표팀이 훈련도중 미팅을 하고 있다.[축구협회 제공] |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 오래 걸려도 너무 오래 걸렸다. 아시아의 맹주로 자부하면서도 정작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아시안컵에서는 무려 64년 동안 우승컵을 가져오지 못했다. 한국 축구의 씁쓸한 성적표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한국은 오는 12일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손흥민·이강인·김민재·황희찬 등 역대 최강의 라인업을 앞세워 64년 묵은 체증을 씻어낼 전망이다. 선수들은 물론, 축구팬들 마저 간절히 바라고 있어서다.
올해로 18번째를 맞는 이 대회는 13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의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개최국 카타르와 레바논의 조별리그 A조 1차전 경기로 대장정에 돌입한다. 이 곳은 지난 2022년 아르헨티나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카타르월드컵의 결승전 장소이기도 하다. 당초 이 대회는 지난해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중국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개최권을 반납했고, 한국과 카타르가 경합한 끝에 카타르가 개최하게 됐다.
손흥민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축구협회 제공] |
모두 24개국이 출전하는 아시안컵은 4개국씩 6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2위까지 12개팀과, 3위 6개팀 중 상위 4개팀이 16강에 진출하게 된다.
한국은 요르단, 바레인, 말레이시아와 함께 E조에 속했다. 객관적인 전력상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지만, 중동팀에 유독 고전했던 징크스를 감안할 때 방심할 수는 없다.
한국은 카타르 월드컵 이후 벤투 감독과 계약을 끝내고 독일 출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새로 영입했다. 논란은 많았다. 이전 커리어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사의를 표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연했던 현장 근무 대신 재택 근무를 자처하고, 선수 선발을 위해 분주히 움직여야 할 시기에 해설자로 나서거나 혹은 시상식 및 FIFA 관련 행사에 다니는 등 이름값에 비해 제대로 한국 대표팀을 이끌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부임 후 5연속 무승(無勝) 행진을 하면서 이런 비판 여론은 확대됐다. 다만 이후 7연속 무실점, 6연승 등을 달리며 불만의 목소리는 한풀 꺾인 모양새다.
클린스만 감독의 기행에도 6연승이 가능했던 것은 그만큼 현재 한국팀의 전력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주장 손흥민이 소속팀은 물론 대표팀에서도 구심점 역할과 해결사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주고 있다. 여기에 창의적인 이강인, 철벽수비수 김민재,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황희찬, 엄청난 활동량과 스피드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황인범·이재성 등 해외파들의 존재감이 대단하다.
클린스만 감독의 취임 일성이 ‘아시안컵 우승’이었다. 선수들과 축구팬들의 바람 역시 같다. 1956, 1960년 우승 이후 준우승만 4차례에 그친 한국으로서는 아시안컵 우승에 목이 마를 수 밖에 없다. 월드컵 10회 연속 본선 진출도 대단한 업적이지만, 정작 아시아 무대에서 64년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물론 정상으로 가는 길이 결코 순탄하지는 않다.
항상 한국의 발목을 잡아온 이란, 인상적인 축구로 항상 한국의 최대 경쟁 상대가 된 일본, 디펜딩 챔피언 카타르, 복병 사우디와 이라크, 우즈베키스탄 등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다. 특히 한국은 주전과 비주전간의 실력 격차가 일본 이란 등에 비해 커 선수들의 부상과 경고 등에도 신경써야 한다.
앞서 한국은 지난 6일 이라크와 치른 마지막 평가전에서 이재성의 골로 1-0 승리했다. 전반은 백업 멤버를 다수 기용하며 본 대회에서 활용할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했고, 후반엔 베스트 멤버를 가동했다.
조별리그에서는 한국을 상대할 3팀 모두 전력상 열세를 감안해 수비중심의 전술로 나올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밀집수비를 무너뜨릴 정교하고 날카로운 공격전술이 필요하다. 클린스만 감독이 남은 시간 어떤 준비를 통해 이를 대비할지도 관심거리다.
한국이 조 1위가 될 경우 D조의 일본 혹은 이라크와, 조 2위로 오를 경우 사우디와 16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크다.
◆2023 아시안컵 조편성
◇A조=카타르 중국 타지키스탄 레바논
◇B조=호주 우즈베키스탄 시리아 인도
◇C조=이란 UAE 홍콩 팔레스타인
◇D조=일본 인도네시아 이라크 베트남
◇E조=한국 요르단 바레인 말레이시아
◇F조=사우디아라비아 태국 키르키즈스탄 오만
◆한국팀 경기일정(한국시간)
◇한국-바레인 15일 20시30분
◇한국-요르단 20일 20시30분
◇한국-말레이시아 25일 20시30분
◆2023 아시안컵 축구대표팀(26명)
▷GK=김승규(알샤밥) 조현우(울산) 송범근(쇼난벨마레)
▷DF=김민재(바이에른 뮌헨) 김영권 설영우 김태환 정승현(이상 울산) 김진수(전북) 김주성(서울) 김지수(브렌트포드) 이기제(수원)
▷MF=손흥민(토트넘) 이강인(PSG) 황희찬(울버햄튼) 황인범(즈베즈다) 이재성(마인츠) 박용우(알 아인)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홍현석(헨트) 양현준(셀틱) 박진섭(전북) 이순민(광주) 문선민(전북)
▷FW=조규성(미트윌란) 오현규(셀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