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쏜다” 사라진 완충구역…남북 ‘9·19군사합의’ 종지부

북한의 해안포 사격으로 서해 최북단 백령도와 연평도에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지난 5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지상과 해상의 적대행위 중지구역이 사라진 데 따라 우리 군은 조만간 이 일대에서 사격과 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군 소식통은 9일 “북한이 이미 적대행위 중지구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우리 군도 사격과 훈련 등을 정상적으로 실시할 것”이라며 “향후 북한군의 동향을 지켜보면서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우선 그동안 제한됐던 사격장에서의 실사격 훈련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남북은 9·19 군사합의를 통해 지상에서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5㎞ 안에서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경기도 파주 스토리사격장과 연천 적거리사격장, 강원도 양구 천미리사격장, 화천 칠성사격장, 고성 송지호사격장 등에서는 사격 자체가 제한되거나 표적지를 MDL 5㎞ 밖으로 이동시키거나 사격방향을 틀어야 하는 등의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군 관계자는 “MDL 인근 사격장들은 그동안 실사격 훈련에 제한은 있었지만 군자산인 만큼 지속적으로 관리해왔다”며 “조만간 실사격 훈련을 재개하더라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상에서도 함정들의 함포사격이 재개될 전망이다. 9·19 군사합의에서는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 수역, 동해 남측 속초시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군 이남까지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5~7일 사흘간 서해상 적대행위 중지구역 내에서 포사격에 감행하면서 이미 백지화된 상태다.

공중에서도 MDL 인근에서 아파치 헬기 등을 투입한 실사격훈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9·19 군사합의는 MDL 동서부 지역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고정익항공기의 공대지유도무기사격 등 실탄사격을 동반한 전술훈련을 금지하기로 했지만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이후 공중 부문은 가장 먼저 무력화됐다.

합참은 전날 북한이 3000여회에 걸쳐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데다 최근 사흘 연속 포사격을 실시했다고 지적하면서 동서해 해상은 물론 지상에서도 “적대행위 중지구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우리 군 자체 계획에 따라 사격과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그나마 남북 사이에서 ‘안전판’ 역할을 해오던 적대행위 중지구역이 사라지면서 우발적 군사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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