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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일본 증시가 환율·실적·정책 ‘삼박자’ 조화 속에 비상하고 있다. 연초 약 34년 만에 거품경제 시절 증시 수준을 넘어섰고, 올해 역대 최대치 전망이 나온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일본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올해 개장일(4일) 대비 전날 6.31% 상승했다. 2000년 이후 연초(6거래일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이며, 두 번째로 높았던 3.9%(20182013년) 상승률과도 큰 격차를 나타냈다. 무섭게 지수가 오른 닛케이지수는 전날 3만5577.11를 기록하며 거품경제 시절이던 1990년 2월 하순 이후 처음 3만5000선도 넘어섰다.
이 기간 일본 반도체 관련 종목들 주가가 급등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미국 엔비디아 주가가 4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일본의 관련주들도 따라서 상승한 것이다. 일본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의 주가는 4일 종가 대비 전날 9.35% 급등했다. 주가는 10년 전 대비 11배 넘게 올랐고, 시가총액은 12조3800만엔(112조724억원)으로 사상 처음 12조 엔을 넘어섰다. 반도체 시험 장비사 아드반테스트도 이 기간 9.58% 올랐다.
일본 증시 상승 배경엔 환율·실적·정책이 고루 맞아 떨어진 경제상황이 뒷받침된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2016년부터 단기금리를 동결, 마이너스 금리(-0.1%)를 유지하고 있다. 엔화 약세(1달러=144~145엔대)로 인해 일본 수출업체들이 해외서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엔화로 환산할 때 가치가 상승해 일본 수출업체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기업들의 주가 견인 노력도 뒷받침됐다. 지난해 4월 도쿄증권거래소가 상장사 3300곳에 공문을 보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미만인 기업을 대상으로 주가 부양책을 고안해 실행하라고 압박했다. PBR이 1 아래면 현재 주가가 장부상 가치에 미치지 못해 저평가됐단 의미다. 기업들은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 주주환원 방안, 성장전략 등을 지속적으로 공표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구체적 투자 평가가 가능해지게 되면서, 주요 상장사 1800개 중 PBR이 1 이하 기업도 51%에서 41%수준으로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편된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도 증시로 이끌고 있다. 일본은 NISA 도입 후 10년 만에 상품 구조를 단순화하고 절세 혜택을 대폭 늘렸다. SMBC닛코증권은 이에 따라 연 2조엔(약 18조원)이 일본 증시에 투입될 것이라 전망한다.
올해 3월 춘투(봄철 임금협상) 결과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올해 일본 주요 기업들의 임금 인상률은 4~5%로 지난해 3.6%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채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대비해서도 임금 상승률이 좀 높게 나오다 보니 일본은행이 과도하게 진행했던 완화 정책 중의 하나인 수익률곡선 제어(YCC)를 정상화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