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협 “정부 예산 없어도 도서전 예정대로 진행”

16일 서울 삼청동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신년 기자간담회 중 윤철호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출판계가 정부 예산집행과 상관없이 도서전 등 각종 행사를 예정대로 개최하기로 했다. K-출판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관련 행사나 규모는 축소될 것으로 보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이하 출판협회)은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출판문화회관에서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예산 집행과는 무관하게 차질 없이 관련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출판협회는 오는 6월26일부터 30일까지 5일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제66회 서울국제도서전을 개최한다. 올해 주제는 '후이늠'이다. 조너선 스위프트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온 넷째 국가명에서 따왔다.

'후이늠'에선 의심, 불신, 거짓말, 권력, 전쟁 같은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출판협회는 해외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동북아 긴장도 고조되는 상황에서 도서전이 우리의 처지와 미래를 고민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1월 29일부터 12월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는 올해 첫 부산국제어린이도서전이 열린다. 국내 아동 관련 콘텐츠의 경쟁력을 세계 무대에 소개하는 자리로, 출판협회와 부산시가 공동 주최한다. 출판협회는 부산도서전을 볼로냐아동도서전에 비견할 수 있는 아동 관련 콘텐츠 거래 시장이자 축제의 장으로 만들 예정이다.

16일 서울 삼청동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신년 기자간담회. 왼쪽부터 전자출판 및 정책 담당 박용수 상무이사, 서울국제도서전 주일우 대표, 윤철호 회장, 저작권정책 담당 김시열 상무이사, 정책담당 한상준 상무이사.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국제도서전 참가도 활발히 진행한다. 올해는 캐나다 몬트리올과 브라질 상파울루 국제도서전으로부터 도서전 얼굴격인 주빈국 초청을 받았다. 보통 해외 도서전에서 주빈국으로 초청받으면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학번역원 등과 함께 주빈국관을 운영했지만, 올해는 정부와 정부 산하 단체가 불참을 통보하면서 출판협회 단독으로 주빈국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출판협회는 타이베이, 볼로냐, 프랑크푸르트, 과달라하라 등의 도서전에서도 한국관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처럼 다양한 도서전에서 초청될 정도로 K-문학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국제도서전 참가비가 크게 상승해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지만, 정부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예산이 잠정적으로 끊긴 상태다. 출판협회 자체 예산으론 도서전 개최 및 참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출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출판협회가 진행한 사업에 대해 정부는 24억5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올해도 서울국제도서전 6억7000만원, 해외 도서전 주빈국 운영비 10억원, 해외 도서전 한국관 운영비 5억5000만원 등 모두 30억원 안팎의 예산이 책정됐다. 하지만 국고보조금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고소전까지 비화하면서 예산은 집행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해 8월 국고보조금이 지급된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익금을 누락한 의혹과 관련해 윤철호 회장 등 2명을 서울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이에 출판협회는 두달 후인 10월, 출판인 명예를 훼손했다며 문체부 공무원 4명을 맞고소한 상태다.

이와 관련 윤 회장은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다른 문화업계는 다 만나면서 출판계만 만나지 않고 있다"며 "경찰 수사가 한두 달이 아니라 1~2년 걸리는 경우도 있는 만큼, 장관이 일단 출판계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예산 집행도 실행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출판협회는 1947년 창립했으며, 4000여개 회원사를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 출판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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