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기념관’ 건립을 공식화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공식화 했다. 오 시장은 이승만기념관 건립부지로 거론되고 있는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 언급하면서 운을 띄웠지만, 여전히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찬반 논란이 있기때문에 여러 단계를 밟아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 시장은 23일 제322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이승만기념관 건립 장소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이 송현광장”이라며 이승만기념관 건립 추진 의지를 밝혔다. 오 시장은 “영화 ‘건국전쟁’ 등이 상영되는 것이 일종의 공론화와 공감대 형성의 과정이다. 이제는 입지가 어디가 바람직한지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 시장은 추후 정부와의 논의가 필요하며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면서 속도 조절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아직 송현동으로 정리된 게 아니다”라며 “어디가 바람직한지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고 했다.
최근 여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상영을 계기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활발한 상황이다. 이에 오 시장도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건국전쟁을 관람한 소감을 남겼다.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 독립운동·자유민주주의·한미동맹 등의 성과를 거론하면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초대 대통령의 공과를 담아낼 수 있는 기념관 건립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승만기념관 추진은 지난해 발족한 이승만대통령기념관건립추진위가 주도하고 있다. 그간 서울 중구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인근, 서울 종로구 낙산근린공원, 서울 종로구 이승만 연구원, 열린송현녹지광장 등이 언급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예상 밖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개봉 열흘째인 전날까지 누적 관객 수는 18만여명에 달한다. 사진은 12일 서울 시내 영화관 매표기. [연합] |
문제는 이 전 대통령 재평가 움직임에 대한 반발도 크다는 점이다. 헌법 전문에 ’4·19 민주이념 계승’이 명시돼 있고, 제주 4·3 등 민간인 학살의 책임에서 이 전 대통령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충분한 공감대 형성 없이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추진할 경우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불교계의 반발도 변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이 전 대통령은 1954년 ‘사찰정화 유시’ 등을 발표해 불교계의 원성을 산 인물이다. 송현광장 인근에는 대한불교조계종 본산 조계사 등이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지난해 11월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사실상 반대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오 시장은 “어느 정도 송현동으로 입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불교계와 협의도 하고 설득도 하겠다”고 설명했다.
송현광장 입지를 두고도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기존 오 시장이 도시 디자인 철학을 강조하면서 열린송현녹지광장에 이건희미술관 외에 다른 시설물을 짓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시는 2022년 7월 송현광장을 2년간 임시 개방하기로 했으며, 광장 동쪽에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기증한 미술품을 전시하는 이건희미술관이 들어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