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기구에 자금 중단…美 의회, 쟁점예산 지각 제출

연방정부 셧다운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국회의사당 돔의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미국 의회가 오랜 갈등 끝에 1조2000억달러(약 1598조원) 규모의 쟁점 예산안을 공개했다. 이민 단속을 강화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는 난민기구 지원을 전면 중단하는 내용이 담겨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2024년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본예산 가운데 미타결 쟁점이었던 6개 분야의 예산안을 공개했다.

미국 의회는 앞서 지난 8일 전체 12개의 세출법안 가운데 쟁점이 적은 농업과 에너지 등 4590억달러(약 611조원) 규모의 6개 세출 법안을 처리한 바 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의 예산안에 대해 합의한 뒤 이를 공식 발표했다.

당초 올해 회계연도 예산안은 당초 작년 9월말까지 처리됐어야 했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아 지금까지 처리가 지연돼왔다.

특히 이번 예산에는 가자 지구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이 담겨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UNRWA의 최대 후원 국가였지만 지난해 10월7일 지원을 일시 중단했다. 지난 1월 UNRWA 직원 일부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이다.

주요 국가들도 일제히 지원을 중단했지만 호주, 스웨덴과 캐나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지원을 재개했다.

여기에 미국 의회는 유엔 이스라엘 조사위원회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33억 달러 규모의 일반 군사지원은 그대로 전액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크리스 벤 홀렌 민주당 상원의원은 “가자 지구의 인도주의적 재앙을 고려할 때 이번 결정은 비양심적”이라며 “ 자금 지원을 거부하는 것은 굶주린 사람들에게 식량을 제공하지 않고 부상 당한 민간인에게 의료 공급을 제한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연방정부 셧다운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국회의사당 돔의 모습. [로이터]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을 포함해 미국의 공식 깃발이 아닌 깃발을 미국 외교 공관에 게양하는 일도 금지된다.

백악관과 공화당 사이에 마지막까지 쟁점이었던 국토안보 예산과 관련해선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2만2000명에 달하는 국경수비대 요원 비용을 추가했다. 이밖에 대만에 대한 안보 지원을 두 배로 늘리고, 미국에서 가스레인지를 금지하는 어떤 조치도 금지했다.

국방예상은 사병 봉급 5.2% 인상을 포함해 증액됐고, 국무부 예산은 6% 감액됐다.

미 의회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목전에 두고 여러 차례 임시예산을 편성해 땜질 식으로 예산정국을 이끌어 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997년 이후 미국 의회가 회계연도 시작 전에, 제 때에 예산을 처리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하원은 연방정부 셧다운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오는 22일 오전에 본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하원에서 예산안이 통과되면 상원도 곧이어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하원이 법안을 발의하면 상원은 셧다운 전에 이를 통과시키고 폐쇄를 피하기 위해 초당적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상원의원들에게 법안을 신속하게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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