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상생협약’…2·3차 협력사까지 120억 지원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있는 기아의 브랜드 체험관 ‘기아360’에서 열린 ‘자동차 산업 상생 협력 확산을 위한 협약식’에서 이동석 현대차 대표(왼쪽부터), 최준영 기아 대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문성준 현대차·기아 협력회 회장이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열악한 자동차 하도급 업체들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현대자동차·기아가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2월 조선 업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엔 1차 협력사도 상생을 위한 재원의 일부를 출연한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전날 서울 강남구에 있는 ‘기아360’에서 현대차, 기아와 상생 협약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헤럴드경제 3월 13일자 2면 단독보도〉

이번 협약은 작년 11월 자동차산업의 상생선언 후속조치다. 협약문에는 선언 이후 5개월 간 상생협의체가 마련한 20여개 과제가 담겼다. 상생협약을 위한 재원은 약 120억 원이다.

이번 협약의 특징은 현대차와 기아가 거래 관계가 없는 2·3차 협력사까지 지원하겠다고 결정한 점이다. 자동차 업계는 여러 부품을 조립하는 특성상 많은 하도급 업체를 협력사로 두고 있다. 현대차는 350여 1차 하도급 업체 아래 2~4차 하도급 업체까지 5000여 협력사가 있다. 다만 1차 협력사만 해도 80% 정도가 중견기업 수준으로 급여나 근로 여건이 좋다. 이에 비해 2~3차 협력사는 급여나 복지혜택이 훨씬 열악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더 열악한 곳에 집중하자는 의견에 따라 2·3차 협력사까지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1차 협력사도 기금에 1억원을 출연한다. 비교적 복지나 근로 환경이 좋은 1차 협력사가 더 열악한 하도급 업체를 돕는다는 취지다. 1차 협력사가 2·3차 협력사를 위해 재원을 내는 것은 처음이다.

고용부는 이번 협약으로 많게는 5000여 회사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금의 주된 용처는 하도급 업체들의 복지를 끌어올리는 데 쓰인다. 먼저 10억원을 투입해 하도급 근로자도 이용할 수 있는 공동 직장 어린이집을 협력사 밀집 지역에 시범 운영한다. 직장 어린이집이 없는 곳이 많은 하도급사 직원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고용부도 어린이집 설치비와 운영비 등을 지원키로 했다. 이외에도 휴가비, 명절 특별 격려금, 화장실·휴게실 개선 등 하도급 업체 복지 증진에 60억원을 쓴다.

하도급 업체 인력난 해소 대책도 이번 상생 협약에 포함됐다. 현대차·기아는 협력사 신입 근로자가 2년 이상 근무하면 ‘근속 장려 지원금’을 지급한다. 관련 지원금으로 23억원을 책정했다. 안정적인 임금을 보장해 장기 근속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2·3차 협력사가 청년 구직자를 채용할 수 있도록 박람회 등 운영도 지원한다.

산업 전환에 대비한 협력사 교육과 컨설팅도 확대한다.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 등 미래차, 탄소 중립 등 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2022년 자동차 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사 350곳 중 미래차로 전환했거나 계획 중인 업체는 132곳(37.7%)에 그친다. 현대차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친환경 경영, 기술 보안, 수출 마케팅 등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기금은 안전한 근로 환경을 만드는 데도 쓴다. 노후하고 위험한 공정을 개선하고 고성능 안전장비 구입 비용 지원도 24억원이 책정됐다. 끼임 사고나 화상을 방지하는 자동화 설비 설치 등에 쓰일 예정이다. 또, 중소 협력사의 자금 안정화를 지원하는 방안도 담겼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1·2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4200억원 규모 대출 이자·보증 지원을 3차 협력사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정식 장관은 이날 협약식에서 “상생과 연대에 기반한 노동시장 약자 보호는 기업과 산업 경쟁력을 넘어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라며 “협약은 대기업과 협력사간 격차를 완화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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