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결정에도 신중…유럽 국가들 금리 인하 ‘눈치’

20일(현지시간) 한 행인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을 지나가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 잉글랜드은행(BOE)은 이날 통화정책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AF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금리 결정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국과 노르웨이는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스위스는 금리를 내렸으나 추가 인하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통화정책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BOE는 2021년 12월을 시작으로 1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가 지난해 9월부터 이달까지는 7차례 연속 동결했다. 현행 기준금리 5.25%는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날 노르웨이 중앙은행인 노르게스은행도 금리를 4.5%로 동결하며 올해까지 금리 인하가 없음을 못박았다. 노르게스은행은 이날 통화정책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 "경제가 현재 예상대로 전개된다면, 정책금리는 연말까지 4.5%에 계속 머문 뒤 점진적으로 인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국가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까닭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지난달 영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로 내려왔으나 BOE는 물가 안정세가 더 뚜렷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성명에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우리의 목표인 2%로 돌아왔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우리는 물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OE는 이번 통화정책위원회에서 위원 9명 중 7명이 동결 의견을 냈고 2명은 0.25%포인트 인하 의견을 내 지난 5월 위원회와 같았다. 동결 의견을 낸 일부 위원은 향후 인하 의견이 늘어날 가능성을 시사했고, 일부 위원은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노르게스은행은 예상보다 고물가 현상이 길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르게스은행은 “임금 증가세가 종전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전 예상보다 약간 더 오래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안정됐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일부 중앙은행들을 더욱 조심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존 경제 악화도 기준 금리 결정에 한몫 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최근 유럽 채권시장은 프랑스 정치 상황과 재정 적자로 혼란을 겪고 있다. 전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재정 적자 허용치를 초과한 프랑스 등 7개 회원국을 거명하고 비판했다. 폴리티코는 “프랑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가 부채가 줄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유럽 전역의 채권시장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는 지난 3월에 이어 이달 금리를 추가 인하했지만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스위스중앙은행(SNB)은 이날 정책금리를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1.75%에서 1.50%로 내린 데 이어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금리 인하다. 조지 모란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매우 잘못된 기준금리 결정으로 보인다”며 “스위스가 디플레이션을 위협하는 팬데믹 이전 패러다임으로 돌아갈 경우 정책금리에 대한 위험은 더욱 낮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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