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최근 진전을 보였다고 평가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에 온기가 감돈다. 연준이 오는 9월 첫 금리 인사에 나선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뉴욕증시는 이틀 연속 강세로 마감했다. 한국으로도 시장 온기가 퍼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서머랠리’ 무드가 조성되면서 국내 증시 자금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일 기준 58조3105억원으로 한달전(54조2132억원)보다 4조973억원이나 늘어났다. 이는 지난 4월 1일(59조6299억원) 이후 3개월 만의 최고치이기도 하다. 투자자 예탁금이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일종의 ‘투자 대기 자금’이다. 지난달 55조원 안팎을 나타내다 최근 일주일 사이 빠르게 불어났는데, 시장에선 “9월 금리 인하설에 힘이 실리면서 ‘서머랠리’를 노려보겠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시 열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빚투’도 늘었다.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갚지 않고 남은 돈인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달 중순(13일)을 기점으로 다시 20조원대까지 불어났다. 그간 코스피가 세계 증시 흐름에서 소외되며 홀로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다 6월 들어 완만한 반등세로 2800선을 돌파했고, 이에 신용융자잔고도 20조776억원까지 늘었다. 올 연초(17조4449억원)와 비교하면 2조6000억원 넘게 증가한 수준이다.
올 들어 늘어난 신용융자잔고는 특히 반도체 관련주에 집중됐다.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 신용융자잔고 상위 5종목 중 3종목이 반도체였다. 삼성전자의 신용융자잔고가 316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SK하이닉스(3위·1155억원), 한미반도체(5위·702억원) 등도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시장에선 반도체 장비주인 HPSP(3위·562억원), 이오테크닉스(4위·504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미국 기술주 투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투심 역시 반도체·빅테크에 쏠렸다는 평가다.
증시 관망세에 불어났던 ‘파킹 투자’도 잠잠해지고 있다. 머니마켓펀드(MMF) 총 설정액은 191조147억원으로 다시 200조원대 밑으로 내려왔다. MMF는 금융사가 고객 돈으로 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초단기 금융 상품으로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과 함께 전형적인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MMF는 연초 170조원대였는데 지난달엔 206조원까지 늘었다. 금리 인하 시기를 놓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면서 짙어진 관망세가 다시 잦아드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최근 증시자금이 회복된 배경에는 서머랠리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월 물가 지표가 둔화 흐름을 보인 데다 파월 의장을 포함한 연준 인사들도 비둘기파적 발언을 이어가면서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시기에 확답을 피했지만 시장에선 9월 인하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수출 호조세를 기반으로 한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두면서 국내 증시자금도 회복세를 나타나고 있다”며 “투심은 7월 완만하게 회복되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앞둔 8월~9월 중순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