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잠든 여자친구를 성폭행한 혐의에도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받은 30대 남성이 피해자의 집념으로 재판에 넘겨져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0부(남성민 송오섭 김선아 부장판사)는 11일 준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A(32)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억울함을 호소해 1심 기록을 살펴봤지만, 피해자의 진술 구체성과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1심의 양형은 무겁거나 가볍다고 볼 수 없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1심은 "당시 피해자의 몸 상태를 고려할 때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했다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범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21년 2월 몸살약을 복용한 뒤 잠을 자고 있던 전 연인 B씨를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두 사람이 연인관계임을 고려하면 상대방이 자고 있을 때 성관계했다는 것만으로는 준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하고, 불법 촬영 혐의로만 기소했다.
B씨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다. 재정신청이란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고소·고발인이 불복해 법원에 검찰의 결정이 타당한지 판단해달라는 제도다.
A씨는 서울고법이 지난해 4월 이를 받아들이면서 준강간 혐의로도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