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인구 1000만명 시대…‘5명 중 1명’ 노인인데 고령운전 해법은?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서울 시청역 교통참사 이후 65세 이상 운전자의 급발진 주장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고령운전자 면허 관리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3일 국립중앙의료원, 6일 서울역 인근, 7일 용산구 이촌동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모두 가해 차량 운전자는 70~80대로 알려졌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된 이상 고령운전자는 필연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 13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는 1000만62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 5126만9012명의 19.51%를 차지한다.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 기준에 불과 0.49%포인트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2025년에는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 시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는데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어 정부 입장에선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가해 사고 건수는 2019년 3만 3239건→2023년 3만 9614건으로 약 19.18% 증가했다.

물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지자체마다 고령운전자의 면허 자진 반납을 촉구하기 위해 65세 이상이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경우 10~30만원의 보상을 제공한다. 하지만 실제 이들의 면허 반납 비율은 수년째 약 2%대에 머무르고 있다. (▶관련기사 2024. 01.22 헤럴드경제 “멀쩡한데 왜 반납?”…전국은 고령운전에 깊은 고심[면허증 전쟁])

면허증 자진 반납을 기대하는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고령운전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추세다.

먼저 뉴질랜드, 덴마크, 아일랜드 등은 적극적으로 고령운전자를 규제하기 위한 조치들을 시행 중이다(강제형). 이들 국가는 면허 보유자가 일정 연령에 이르면 반드시 자신의 운전 능력을 경찰 및 의료진에게 평가받아야 한다. 뉴질랜드와 덴마크는 75세, 아일랜드는 70세부터다. 경찰과 의료진은 고령운전자의 신체·인지능력과 차량 운전능력 등을 측정하는데, 그 결과 ‘운전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면허가 갱신되지 않는다. 검사를 통과하더라도 나라별로 1~5년마다 재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고령자가 운전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 등에 제한을 두는 ‘한정면허’ 제도를 둔 국가도 있다(제한형).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독일, 스위스, 일본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70세 이상 운전자부터 면허 재심사 과정에서 의료 평가에 따라 보충적 주행 능력 평가를 받아야 하고, 능력에 따라 조건이 붙은 면허를 발급받게 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는 75세 이상 면허 보유자에게 매년 운전적합성에 대한 의료평가 혹은 운전실기평가를 한다. 운전실기평가는 전문의의 권고가 있을 때 실시하는데 85세 이상 운전자는 2년마다 필수로 받아야 한다. 운전자는 필요에 따라서는 운전 실기평가를 받지 않고 지역 내 운전으로 제한된 수정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고 제한 범위도 조율 가능하다.

독일과 스위스도 비슷하다. 이들 국가에선 고령운전자의 신체·인지능력 등을 검사한 뒤 시력이 좋지 않을 경우 야간운전을 제한할 수 있다. 또 고령운전자의 운전 지역을 제한하거나 주행 속도를 도로 최고 제한속도보다 낮게 지정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고령운전자는 집↔병원, 집↔행정기관, 집↔마트·쇼핑센터 등 한정된 노선에서만 운전할 수 있게 하고, 저녁 시간대는 운전을 금지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스위스는 정부가 교통안전 분야 전담 의료진을 지정해 고령운전자가 언제든지 자신의 운전능력과 관련한 의학적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일찍부터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던 일본 역시 한정면허를 발급하고 있다. 일본은 2022년 5월부터 7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경우 자동 브레이크 기능이 있는 ‘서포트카’에 한해 운전을 허가한다. 또 서포트카를 구입할 경우, 보조금을 받거나 보험료 등을 할인받을 수 있다.

또 고령운전자에게 초점을 둔 이동수단 ‘시니어카’도 있다. 시니어카는 핸들이 달린 전동휠체어에 가까운 차량으로 최대 시속이 6㎞ 수준이다. 면허 없이 운전할 수 있어 인도로 주행하거나 인도가 없을 경우 도로 우측 가장자리로 주행하면 된다. 고령자가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 대안으로 사용되고 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