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승객들 발동동…”전체 피해자 수 파악 힘들어, 사상 최대규모 IT 중단사태”
각국 정부·업체들 문제 해결 ‘초비상’…인프라 먹통에 일상 ‘날벼락’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즈 운영체계(OS)를 사용하는 세계 곳곳의 전산망에서 19일(현지시간) ‘죽음의 블루스크린’(BSOD·Blue Screen Of Death)으로 불리는 오류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와 대혼란이 빚어졌다.AFP 통신, 워싱턴포스트(WP), CNN, CNBC, 호주 A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선 공항 전산망이 멈추거나 항공편이 결항·지연되는 등 사태가 속출했다.
주요 언론사 방송이 중단되거나 은행과 신용카드 업체 등 금융기관 전산망이 마비돼 입출금과 결제가 멈춘 경우도 적지 않았다. 피해를 본 개인 사용자들의 수는 파악조차 힘든 실정이다.
외신들은 전 세계 MS 사용자 가운데 상당수가 단말기에 블루스크린이 뜨는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블루스크린은 윈도즈 OS를 쓰는 컴퓨터에서 별다른 전조 없이 ‘치명적인 오류 발생’ 등 메시지와 함께 화면 전체가 파란색으로 채워지는 현상이다.
최근에는 발생 빈도가 많이 줄면서 차츰 잊혀가고 있지만, 과거에는 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한 신제품 시연에서조차 블루스크린이 발생하는 등 악명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크라이크사의 보안 설루션 업데이트가 윈도즈와 충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사고로 피해를 본 각국 정부와 업체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영향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수준이었던 일부 업체는 전산망 복구에 성공했지만, 대다수 고객이 겪고 있는 불편은 여전히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항공편 탑승 예정이었던 승객들은 공항에 발이 묶였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호주 등 수십 곳 공항이 항공편 지연 등 차질을 빚었고 각국 항공사 여러 곳도 항공편을 취소했다. 홍콩과 싱가포르 등 일부 공항에서는 전산망이 마비돼 직원들이 탑승객 명부 등을 직접 일일이 확인하며 체크인 작업을 진행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글로벌 항공 분석 전문업체 ‘시리움’(Cirium)은 이날 예정됐던 전 세계 상업용 항공편 11만편 중 최소 1천390편이 취소됐고 앞으로 더 많은 항공편이 결항할 것으로 내다봤다.
호주 시드니 공항에서 브리즈번으로 가는 항공편을 기다리던 승객 알렉산더 로피카노는 AFP에 “항공사는 시스템이 다시 작동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지만 여기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불확실한 상태”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호주에서는 은행과 결제 시스템마저 먹통이 돼 주민들의 일상생활에마저 심각한 영향이 미쳤다.
계산대에서 뜨는 오류 메시지 탓에 슈퍼마켓과 주유소 등을 찾은 주민들이 생필품과 연료를 구입하지 못하는 상황에 몰렸던 것이다.
결국 상당수 상점은 할 수 없이 일찍 문을 닫아야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호주인들이 이번 장애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라면서 “현 단계에서는 주요 인프라나 정부 서비스에는 영향이 없다”라고 국민을 안심시켰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보안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장애를 “사상 최대 규모의 IT 중단 사태”라고 표현했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인 트로이 헌트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처럼 평가하며 “이것은 우리가 Y2K(2000년 사이버위기 공포)에 대해 우려했던 것인데 이번에 실제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피트 부티지지 미국 교통부 장관은 이번 장애로 인해 모든 항공편의 이륙을 중단시킨 “프런티어 항공의 기술적 문제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프런티어를 비롯한 모든 항공사가 승객의 요구에 맞게 책임을 다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밝혔다.
역시 이날 항공편 운항이 중단된 아메리칸 항공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