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검찰이 최근 구속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SM엔터 시세조종 혐의를 두고 자본시장법 법리와 판례를 통해 충분히 소명됐다며 협의 입증을 자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대규 부장검사)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후에도 김 위원장을 소환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서울남부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김 위원장은 구속된 지 34시간 만인 24일 오전 10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날 검찰 조사에서도 김 위원장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검찰은 김 위원장과 공범들 간 시세조종 공모 혐의에 대해 물적·인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자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드러나지 않은 추가 증거들도 확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위원장의 이번 구속 결정에는 공범인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의 공판 과정에서 현출된 증거들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도주의 우려를 지적한 영장발부 사유에 대해 “전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로선 범죄의 중대성이나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을 뿐 구속 결정은 전적으로 법원의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검찰은 구속영장청구서에 김 위원장이 지난해 2월28일 하루 동안 1300억원 상당의 SM엔터 주식을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만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각에선 검찰이 나머지 16일, 17일, 27일 사흘에 관해선 원아시아 측과의 공모 관계를 규명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검찰 내부에선 그룹을 총괄하는 김 위원장이 2월28일 하루만 시세조종에 관여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즉 구속영장청구서에 적시된 세부 날짜는 김 위원장의 혐의 입증에 중요 부분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날 검찰 관계자도 “이미 김 위원장은 나머지 사흘에 있었던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피의자로 돼있다”며 “영장청구 당시에는 엄격하게 판단해 직접증거가 명백한 날짜를 특정한 것일 뿐 결코 혐의 입증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현재 검찰은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를 통해 실체를 명확히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매수’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김 위원장 측 주장에 대해서도 “공개매수 기간에 장내매수를 했다는 게 불법이라는 게 절대 아니”라며 “장내매수 행위가 시세 고정 및 안정 목적으로 이뤄지는 경우 시세조종에 해당한다는 것이 자본시장법 제176조 제3항이고, 그것은 판례에 의해 인정된 법리”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어 “카카오는 경영권을 취득하기 위해 하이브가 공개매수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목적을 숨기기 위해 대항공개매수를 하지도 않았고, 지분취득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려 원아시아파트너스를 동원해 몰래 5% 이상의 장내매수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실제로 전형적인 시세조종 매매 양태도 확인됐다”며 “앞선 공범들과 김 위원장에 대한 세 차레 구속영장 청구 과정에서 이들의 혐의가 소명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하고 고정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16~17일과 27~28일 등 총 나흘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약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 외에도 이번 시세조종 사건과 관련한 추가 피의자들을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알려진 배 전 대표와 원아시아 대표 외에도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검찰은 최장 20일인 구속기한 내에 김 위원장을 상대로 공모 관계와 지시, 관여 여부 등을 면밀히 수사해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