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애 ‘노쇼’ 변호해 주세요”…변호사 못구한 학폭 피해母의 절규

권경애 변호사 학교폭력 소송 불출석 피해 당사자인 이기철 씨.[뉴시스]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학교폭력(학폭) 소송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패소하게 만든 권경애 변호사(58·사법연수원 33기)가 피해 학생 유족에 대한 5000만원 배상 명령을 받은 가운데, 고(故) 박주원 양 어머니가 항소심 변호사를 직접 찾아 나섰다.

30일 뉴시스에 따르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권경애 노쇼 사건 항소심 맡아주실 변호사님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박양 어머니 이기철 씨는 "혼자가 됐다. 1심을 맡았던 변호사가 위임을 안 하겠다고 했다"며 "권경애 노쇼를 알게 되고 아는 곳도, 믿고 맡길 곳도 없다고 눈물로 호소하고 매달려서 (변호사와) 연결됐고 1심이 진행됐다"고 운을 뗐다.

이씨는 "세상을 향해서 외치는 건 제가 할 테니 그냥 맡아만 달라고 사정했지만, (변호사가) 자신의 한계를 느낀다며 새로운 시각을 가진 분을 찾고 맡기는 게 2심에도 좋다고 했다"고 썼다.

이후 이씨는 스스로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라고 자부하는 유명한 변호사나 지인들을 통해 아는 변호사들에게도 연락했으나 '맡을 수 없다'는 답만 되돌아왔다고 털어놨다. 변호를 거절하는 이유조차 들을 수 없다고 한다.

이씨는 "대한민국에 3만명이 넘는 변호사가 존재하지만 변호사를 선임하는 게 이렇게나 험난하다"며 "같은 변호사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일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이 사회의 잘못된 시스템에 맞서는 저의 싸움이 불편한 건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제가 부자라서 수임료를 몇 천만원, 몇 억원을 줄 수 있다면 그나마 (변호사 수임이) 쉬우련만 넉넉한 수임료를 주기 어려운 평범한 사람들에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변호사를 수임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한 이씨는 "학교 폭력 문제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변호사 단체들도, 개인들도 대부분 기피하는 사안이라 변호사를 구하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어렵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옳은 일을 하기위해 쓰러져 가는 사람들을 부축해주고 힘겨워 하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진짜 사람들이 소수지만 분명 있다는 걸 봤다"며 "그런 진짜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은 자신의 좁은 바운더리 탓일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공개 구인을 한다. 사람을 찾는다. 잘못된 시스템과 잘못된 사람을 향해서 가열차게 함께 싸워줄 사람 누구 없는가"라고 물었다.

이씨는 "아이들이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세상을 위해 소리 내주실 사람 어디 계신지 알려달라. 전 지금 조언을 구할 곳마저 없다"고 하소연했다.

권경애 변호사는 학폭에 시달리다 2015년 숨진 박양의 어머니 이씨를 대리해 서울시교육청과 학교법인, 가해자들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하지만 2022년 열린 항소심에서 세 차례 불출석해 패소했다. 민사소송법은 변론기일에 양쪽 당사자가 3번 출석하지 않거나 변론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본다. 이 사실을 몰랐던 어머니 이씨가 상고할 시기를 놓치면서 패소로 확정됐다.

이에 이씨 등 유족들은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 해미르 등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지난달 1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 노한동 판사는 권 변호사와 해미르가 공동으로 이씨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같은 법인 소속 사건 담당 변호사 2명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이씨 등 유족들은 해당 판결에 대해 "성의가 없다"며 강하게 비판, 항소 입장을 밝혔다. 이씨는 "어린 생명이 폭력 앞에 처참하게 당했는데 학교와 교육청, 서울시 재심 위원회, 세종시 행정심판위원회도 외면했다"며 "이제 피해자로서 마지막 보루인 법정으로 갔는데 그마저도 이렇게 묵사발이 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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