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株 나홀로 ‘하이킥’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주요국 증시가 ‘대폭락’ 충격을 경험한 후 회복 중인 가운데, 국내 증시에선 ‘헬스케어’ 섹터가 나 홀로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신약 개발, 코로나19 재유행, 비만치료제 인기 등 업황 전반에 불고 있는 훈풍에 ‘9월 피벗(pivot, 금리 인하)론’ 등 매크로 호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증시를 이끌던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주를 향하던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주춤해진 투심을 헬스케어주가 이어 받아 주도주로 떠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전날 종가까지 한국거래소(KRX)가 도출한 총 28개 ‘KRX 산업지수’ 가운데 ‘KRX 헬스케어(+0.21%)’와 ‘KRX 300 헬스케어(+0.07%)’만 ‘플러스’ 등락률을 기록했다.

두 지수를 제외한 나머지 26개 지수는 해당 기간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KRX 반도체’ -9.26%, ‘KRX 정보기술’ -8.24%, ‘KRX 에너지화학’ -6.98%, ‘KRX 은행’ -6.37%, ‘KRX 자동차’ -4.87% 등 모든 섹터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앞서 ‘검은 금요일(2일)’, ‘검은 월요일(5일)’로 불리는 이틀 간의 증시 대폭락 장세 속에 코스피 지수는 무려 336.15포인트(2일 -101.49포인트, 5일 234.64포인트)가 하락한 바 있다.

국내 증시 향방을 좌지우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큰손’ 외국인·기관 투자자 역시 대폭락 이후 회복 기간 동안 주요 헬스케어주에 대한 강력한 순매수세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지난 2~12일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액 1위 종목은 1224억원을 기록한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10위권 내에는 삼천당제약(9위, 259억원), SK바이오팜(10위, 251억원)이 이름을 올렸다. 기관 투자자 역시 종목별 순매수액이 가장 컸던 것은 992억원을 기록한 셀트리온이었다. 알테오젠도 6위(398억원)에 자리했다.

전날 기준 국내 헬스케어주 시총 상위 20개 종목의 시총 합산액은 190조5855억원으로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전날 대비 각각 8.77%, 11.30% 하락했던 지난 5일 ‘검은 월요일’ 당시 시총 합산액 171조7453억언 대비 한 주 만에 18조8402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개별 헬스케어주의 호재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대장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가 속한 ‘의약품 공급망 이니셔티브(PSCI)’에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최초로 가입한 것이 투심을 자극했다. 셀트리온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CT-P51’의 미국 3상 계획이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고, 알테오젠은 스위스 산도스와 지난 2022년 체결했던 계약을 대체하는 히알루로니다제 공동 개발 계약 체결했다.

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관련 치료제, 백신 개발 관련 종목으로 꼽힌 SK바이오사이언스(+18.95%), 신풍제약(+71.13%)의 최근 1주(6~12일)간 오름세도 뚜렷했고, 코로나19 진단키트 대표주 씨젠(+40.25%)도 강세였다. 미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 매출 급증에 따른 주가 급등 수혜주로 분류된 일동제약(+26.74%) 주가도 올랐다.

9월 금리 인하가 확실시된다는 점도 금리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헬스케어주에 대한 투심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단 평가다.

여기에 미국 의회가 중국 바이오 기업과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의 ‘생물보안법’을 추진함에 따라 국내 기업이 반사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국내 헬스케어주에 대한 긍정적 전망에 힘을 싣는다.

다만, 미 경기 침체 우려가 남아있는 데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고조 등으로 인한 대외적인 변동장세가 이어지는 만큼 변수도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밖에도 헬스케어주의 경우 확정적 실적·결과물이 아닌 ‘기대감’에 의존한 주가 변동이 크다는 점도 리스크란 지적도 나온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헬스케어와 제약주 강세 움직임은 기대 심리가 이미 많이 반영돼 있어 선별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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