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언급” vs “사실무근”…마약수사 외압 의혹 진실공방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세관 연루 마약 밀반입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찬수 대통령비서실 지방시대비서관실 행정관(전 영등포서장)이 신문에 답하는 백해룡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전 영등포서 형사과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마약 밀반입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 서장과 수사팀장이 국회에서 상반된 증언을 했다. 영등포서가 수사하던 해당 사건에 세관이 연루됐다는 내용이 언론 브리핑에서 빠진 경위를 두고 서장은 '수사 미진'이 이유였다고 했으나 수사팀장은 '용산을 언급했다'며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김찬수 총경(현 대통령비서실 지방시대비서관실 행정관·전 영등포서장)은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연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해 9월 20일 백해룡 경정(당시 영등포서 형사과장·마약사건 수사팀장)과의 통화에서 브리핑 연기를 지시하면서 '용산이 사건 내용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나"라고 질의하자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김 총경은 "용산 언급을 하지 않았다면 브리핑 연기를 스스로 결정한 것인가"란 질의에는 "맞다. 현시점에서 브리핑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브리핑 후 압수수색 한다고 했는데, 해당 기관에서 증거 인멸을 할 수 있고 본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도 보고되지 않은 단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사건과 관련해 제가 대통령실에 보고한 일은 전혀 없다"면서 "당시 백 경정의 결정은 수사 상식에 부합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범행 일시가 적나라하게 나와 있었고 공개됐을 때 증거 인멸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 신분으로 백 경정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자료에서 관세청을 빼라'는 외압을 가한 의혹을 받는 조병노 경무관(현 전남경찰청 생활안전부장)도 용산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조 경무관은 "대통령실로부터 수사와 관련한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전혀 없다"고 답변한 뒤 "인천공항세관장이 국정감사 대비를 위해 업무 협조 요청을 해왔고, 언론 브리핑 내용 중 세관 직원 언급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해 (백 경정에게 전화했다)"고 부연했다.

서울청 폭력계장이었던 최형욱 경정과 서울청 형사과장이었던 강상문 총경 또한 "수사 대상을 수사한다고 보도자료를 내면 도망가라는 이야기"라며 김 총경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처음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백 경정은 김 총경 증언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백 경정은 지난해 9월 20일 오후 9시께 이뤄진 김 전 서장과의 두 번째 통화에서 "브리핑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야기하니 (김 전 서장이) 용산에서 알고 있어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김 전 서장)이 마약 압수 현장에서 진두지휘까지 했던 이 사건을 갑자기 브리핑도 막고 수사를 방해하게 된 계기가 용산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서울청 이첩 여부를 둘러싸고도 증인들의 말이 엇갈렸다.

백 경정은 마약사건을 서울청으로 이첩하겠다는 결정을 서울청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통보받았고, 여기에는 외압으로 인한 수사 방해 의도가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왔다.

반면에 당시 서울청 수사부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던 김봉식 서울청장은 "이첩 검토 지시를 했다"며 "중요 사건이고 체계적이고 밀도 있는 수사를 위해 수사 주체를 어디로 하는 게 좋을지 검토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최 경정도 "이첩 자체가 안 됐기에 영등포서에서 계속 수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고, 백 경정과 함께 일했던 영등포서 수사팀원들은 이첩이 결정됐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김 총경과 백 경정 간 통화가 이뤄지기 이틀 전 있었던 김광호 당시 서울청장과의 비공개 오찬의 성격을 두고도 상반된 증언이 나왔다.

오찬과 관련해 백 경정은 "서울청장이 이상한 방문을 했고 이후 김 전 서장이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다"며 외압과의 관련성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날 김 전 청장은 "세관 관련한 수사 내용이 청취되기 전에 잡은 일정이었고 평소 영등포에 치안 수요가 많아 고생한 과장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당시 오찬에는 영등포서장과 형사과장 외에 수사과장, 생활안전과장, 교통과장 등도 배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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