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개입시도’ 러 방송사 간부들에 철퇴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 정부가 4일(현지시간)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한 혐의로 러시아 관영 매체 관계자들에 철퇴를 내렸다.

재무부는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 보도국장인 마르가리타 시모노브나 시몬얀과 부(副)보도국장 엘리자베타 유르예브나 브로드스카이아 등 개인 10명과 기관 2곳을 신규 제재 대상자 명단에 올랐다.

2005년 러시아의 대외 이미지 제고를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된 RT(과거 명칭 러시아투데이)는 러시아 정부 재정으로 운영되고, 정부 통제를 받는 관영 국제뉴스 채널이다.

러시아의 주요 선전 기관 중 하나로 꼽히는 RT는 러시아어,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아랍어, 포르투갈어 등으로 된 인터넷 콘텐츠 공급도 하고 있는데, 국제사회 일각에서 러시아 관련 ‘허위 정보’의 유포자로 간주되기도 한다.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되면 미국 방문이 금지되고 미국내 자산이 동결된다.

RT 보도국장 등은 11월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고, 친러시아 메시지를 확산하기 위해 미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이 미국 대선과 관련한 러시아의 공작에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RT는 단순한 언론 기관을 넘어섰다”며 RT가 “미국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려는 크렘린궁의 메시지를 전달”할 목적으로 미국 민간 기업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RT의 미 대선 개입 시도를 인지했을 것으로 믿는다고 주장했다.

RT가 테네시주에 기반을 둔 한 미국 회사를 통해 러시아 정부에 유리한 콘텐츠를 유포하기 위해 약 1000만 달러(133억원) 규모의 공작을 추진했다는 것이 미국 당국의 판단이다. 이 공작 과정에서 돈세탁을 한 혐의 등으로 RT 관계자 엘레나 아파나스예바 등 2명은 미 검찰에 의해 형사기소됐다.

또 RT에 포섭된 미국 기업은 수백개의 영어 기반 동영상을 제작해 중국계 짧은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엑스(X·옛 트위터) 등에 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 국무부는 RT의 모기업격인 '로시야 세고드냐'와 리아노보스티, TV-노보스티, 럽틀리, 스푸트니크 등 기타 러시아 언론사들의 미국 지사들을 ‘외국 정부 기관(foreign mission)’으로 지정했다.

‘외국 정부 기관’으로 지정되면 미국에서 일하는 해당 언론사의 모든 직원 명단과 보유한 자산을 국무부에 통보해야 한다. 결국 미국에서 활동하는 주요 러시아 관영매체들을 더 이상 언론 기관으로 간주하지 않고 러시아 정부 기관으로 취급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미 연방수사국(FBI)은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지원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를 포함해 미국내 여론 공작에 활용된 인터넷 도메인 32개를 압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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