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 동상부터 경복궁 앞 광화문 삼거리까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전국 각지의 절에서 온 불교 신자들이 깃발을 따라 이동하느라 광장 일대에 긴 사람 띠가 펼쳐졌다.
‘2024 국제선명상대회’가 열렸던 지난 28일 광화문광장 일대에는 3만5000여 명의 스님, 불교도, 일반 시민 등이 운집했다. 애초 주최 측은 해당 행사에 2만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
본 행사 시작 시간인 오후 2시에 앞서 점심 시간부터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대규모 인파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온 불자 50대 여성 김모 씨는 “보살님들과 (오후)1시에 모여서 자리 잡기로 했는데 이미 늦었다”며 “앞자리에 앉는 것은 이미 물 건너 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번 행사는 대한불교조계종이 약 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첫 국제선명상대회다. 광화문 삼거리 앞에 마련된 특설 무대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비롯해 스님 300명이 올랐다. 특설무대는 2m 높이로 우뚝 솟았고, 길이 50m에 달하는 곡선 대형 LED 스크린이 좌우로 펼쳐져 멀리 떨어진 좌중에게도 행사를 원활히 중계했다.
무대 앞쪽에는 좌식 방석이 600자리 마련돼 사전에 선발된 핵심 수계대중이 앉았다. 특설무대 옆으로는 이날 행사에 나서는 비천무 공연팀 무용수들과 한복 차림의 합창단 보살들이 대기하는 천막이 마련됐다. 아울러 오후 7시부터는 스님들로 구성된 선명상 포교 프로젝트 그룹인 ‘비텐스’를 비롯한 다수의 음악 행사가 가수 겸 배우 이승기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대규모 수계법회로 시작됐다. 광화문 광장 전체에 참회진언이 웅장하게 울려퍼지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아울러 불살생계(不殺生戒), 불투도계(不偸盜戒), 불사음계(不邪淫戒), 불망어계(不妄語戒), 불음주계(不飮酒戒) 등 살생, 도둑질, 음탕한 행위, 거짓말, 음주 등 5가지를 금지하는 불교 계율인 오계(五戒)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국민 오계’가 발표됐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국민 1계 ‘모든 생명을 아끼고 존중하자’ ▷2계 ‘남의 것을 탐하지 말고 보시행으로 나눔을 생활화하자’ ▷3계 ‘신의를 지키며 몸과 마음을 밝게하자’ ▷4계 ‘나와 남을 속이지말자’ ▷5계 ‘내 정신과 몸에 해로운 것들을 멀리하자’ 등 국민 오계를 차례로 선언했다.
조계종 포교부장인 남전스님은 이와 관련해 “오계는 불자들이 가져야 하는 윤리인데 이것을 전국민이 함께 가져야 하는 생활규범으로 바꿔서 제시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수계법회에 이어 진행된 승보공양법회에서는 사회 각 계층을 대표하는 재가자 30명이 흙을 빚어 만든 화발우와 수행자의 상징인 가사를 스님들에게 올려졌다.
사회자인 주석스님은 “우리 모두가 지극 정성의 마음으로 이웃을 소중히 하고, 서로 존중하고 공경하는 인간관계를 회복해 우리 사회가 화합과 상생의 공동체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의식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서로 존중합니다, 서로 존경합니다, 서로 공경합니다.” 주석스님의 선창에 따라 승보공향법회의 정신을 담은 구호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이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