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감 또 삭감에 곳곳 파행…누더기 ‘정부예산’[이런정치]

11일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김진·김해솔 기자] 국회 상임위원회별 예산심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예산 삭감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 감사원의 특활비·특경비를 전액 삭감한 데 이어 정부 예비비, 윤석열 대통령 순방 예산, 의료개혁 예산 등 감액에 나선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단독 예산심사가 이어진다면 정부원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며 준예산 가능성도 시사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4일 오전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안 심사를 이어간다. 전공의 지원 예산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아이돌봄 시범사업 등 주요 복지 사업 논의가 지연된 탓이다. 전날 회의에서는 민주당이 ‘김건희 예산’이라 규정한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예산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측됐으나 여야는 의료개혁 관련 예산을 두고 맞붙었다.

예산심사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전공의 등 육성 지원(3110억4300만원) ▷전공의 등 수련수당 지급(589억원) ▷전문의 자격시험 관리체계 운영(2800만원)을 ‘의료인력 양성 및 적정 수급관리’ 예산으로 편성했다. 총 3702억2300만원 규모다.

하지만 민주당은 관련 예산 감액을 요구했다. 이수진 의원은 서면질의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지원사업’ 예산 전액(3089억1600만원) 삭감을, 장종태 의원은 ‘수련비용 지원 예산’의 절반인 1446억800만원을 감액하라고 주장했다. 판사 출신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13일 박민수 복지부 2차관에게 “전공의는 아직 의사도 안 된 사람들”이라며 “(판사같은) 고급 공무원들도 (연봉이) 5000~6000만원인데 전공의들이 7000~8000만원”이라고 했다. 충분한 소득을 지급받는 전공의들에게 추가 재정 지원이 불필요하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필수의료의 ‘공공성’을 고려해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여당 간사인 김미애 의원은 “필수의료는 낮은 의료수가 대비 위험 부담이 높기 때문에 기피과가 됐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는 것은 공공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고, 의사 출신 서명옥 의원은 “(전공의 복귀에) 대비해 수련환경 개선 등 여러 보상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도 여야는 정부 예비비 규모를 절반 삭감하는 안을 놓고 충돌했다. 민주당은 전날 오전 열린 기재위 예산소위에서 4조8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비비 중 절반인 2조4000억원을 감액한 안을 단독 처리했다. 앞서 정부는 내년도 예비비를 올해보다 6000억원 증액한 원안을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반대 표시로 의결에 참여하지 않았고 이후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열어 예산안을 제외한 법률안만 일괄 상정해 맞불을 놓았다. 국민의힘 기재위 관계자는 “기재위에서 예산안을 날치기하는 것은 금시초문”이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방탄을 위한 정쟁이라면 더더욱 기재위에서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외교부의 ODA 관련 예산 원안 2114억9500만원에서 32억2930만원을 삭감해 2082억200만원을 통과시켰다. 세부적으로 보면 인도네시아 300만원, 아시아 일반협력 국가그룹 3억5000만원, 미얀마 1억5000만원, 가나 11억원, 중동CIS지역 일반협력 국가그룹 5억4000만원, 우크라이나 11억5000만원을 각각 삭감했다. 통일부 예산은 원안 2293억5200만원에서 14억9300만원을 삭감한 2278억5900만원을 의결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도 용산공원,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야당 단독 의결했다. 정부 편성안에서 1조5160억원 증액되고 약 458억원 감액된 안인데, 야당은 용산 어린이정원 임시 개방 사업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예산을 대폭 감액했다. 반면 호남고속철도건설 예산을 277억원 증액해 1666억여원으로 편성하고 새만금 신공항 적기 건설을 위한 공사 예산을 100억원 늘렸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12월2일)을 지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설득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자동부의’ 제도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예산안은 상임위 심사 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 심사와 본회의를 거쳐 확정되는데 예결위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달 1일 예산안(정부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이 상식 밖의 범위에서 예산안을 손댄다면 여당은 정부 원안대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연내 예산이 처리되지 못하는 초유의 상황을 대비한 준예산까지도 염두하고 있다. 민주당의 일방적 삭감에 강경대응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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