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핵심기술 지정 추가 추진
아연 제련 독자기술 지정 동시 신청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고려아연이 이차전지 원천기술에 이어 전략광물자원인 안티모니 제련 기술과 아연 제련 독자기술(헤마타이트 공법)에 대해서도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추가로 추진한다고 21일 밝혔다.
고려아연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2건의 제련 기술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추가 지정 건의서를 제출했다. 현재 국가핵심기술로 총 13개 분야에서 76개 기술 목록이 지정돼 있는데, 해당 기술 2건에 대해 신규 지정을 요청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가입 침출 기술을 활용한 황산아연 용액 중 적철석 제조 기술’과 ▷‘격막 전해 기술을 활용한 안티모니 메탈 제조 기술’이다. 이번 신청에 따라 산업부는 국가핵심기술 신규 지정 수요 조사와 의견 취합, 전문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최종 후보 기술 선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신규 지정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입 침출 기술을 활용한 황산아연 용액 중 적철석 제조 기술’은 아연 제련 과정에서 철을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제련 과정에서 철을 제대로 회수해야 이후 공정에서 아연은 물론 구리와 카드뮴, 니켈, 코발트 등을 효율적으로 회수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격막 전해 기술을 활용한 안티모니 메탈 제조 기술’의 경우 안티모니 금속 제조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고 경제성과 효율성도 함께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의 안티모니 회수 기술은 건식 제련법이 사용되는 데, 이는 불필요한 손실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고려아연의 안티모니 습식 제련 기술의 경우 효율성을 크게 높여 건식에 비해 40%의 제조 원가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앞서 산업부는 고려아연의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전구체 원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판정한 바 있다. 정부는 반도체와 원자력, 전기전자, 로봇 등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보 및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당 기술을 기관이나 기업은 법률에 따라 보호 조치를 실시해야 하고, 해당 기술을 수출하거나 해외 인수합병, 합작 투자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려는 경우에는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정부 승인 없이는 해외에 매각할 수 없게 됐다.
고려아연은 신청서를 통해 “방위 산업과 첨단 기술 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희소금속인 안티모니의 특성과 중국의 안티모니 전략 자원화 정책 등을 감안할 때 해당 기술의 해외 유출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고려아연의 기술을 통한 안티모니의 국내 생산이 국가 안보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려아연이 잇달아 자사 주력 사업인 제련 분야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한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MBK파트너스·연합이 향후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해외 매각을 어렵게 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고려아연이 신사업인 이차전지 전구체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받자 시장 일각에서는 향후 MBK가 경영권 인수에 성공한다면 해외 매각이 까다로운 이차전지 신사업 분야를 떼어내고 제련업을 중심으로 한 나머지 사업 부문을 해외에 매각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