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4만전자 공포, 아내·아들 타격 커”…美 한국산 HBM 對中 수출통제 직격탄 맞나 [투자360]

최근 三電 주가 나흘 연속 하락세…5.3만대까지 ‘뚝’
美 상무부 “對中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HBM 추가”
中에 HBM 수출 三電 영향권…SK하닉은 전량 美 수출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가뜩이나 힘든 삼성전자, 진짜 큰일났네.”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

“계속 안좋은 뉴스만 나오니 지금 공포가 밀려옵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들고 있는) 제 아내와 아들의 타격이 크네요.” (온라인 주식 거래앱 커뮤니티)

최근 ‘4만전자(삼성전자 주가 4만원대)’까지 내려 앉았다 반등세를 보이며 5만원 대로 복귀한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 주가에 미국발(發) 먹구름이 드리우는 모양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이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단행한 대(對)중국 수출 통제의 영향권에 들어가면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11% 하락한 5만36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27일부터 4거래일 연속 주가가 빠진 것이다. 종가 기준 5만8300원까지 올랐던 주가도 5만3000원대까지 내려 앉았다.

경기 침체에 따른 재고 증가와 HBM 경쟁력 약화 등이 주가의 발목을 잡은 데다, 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한 우려 탓에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14일 종가 기준으로는 4만9900원까지 내려 앉으며 ‘4만전자’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이후 빠른 속도로 주가가 회복되며 지난달 26일엔 5만8900원까지 뛰어 오르기도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부과하고 반도체 지원법인 칩스법(CHIPS Act) 폐지 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 게 투심에 찬물을 끼얹으며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한 게 삼성전자 주가엔 추가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관보를 통해 밝혔다.

상무부는 이번 수출통제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을 적용했다. 이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수출통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로, 우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제 특허 체제를 자국에 유리하게 만들어온 미국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로 평가된다.

현재 전 세계 HBM 시장은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이 장악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원천 기술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이번 수출통제를 적용받게 된다.

상무부는 HBM의 성능 단위인 ‘메모리 대역폭 밀도’(memory bandwidth density)가 평방밀리미터당 초당 2기가바이트(GB)보다 높은 제품을 통제하기로 했다. 상무부는 현재 생산되는 모든 HBM 스택이 이 기준을 초과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중국에 HBM 일부를 수출하는 삼성전자가 이번 통제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전량을 미국에 공급하고 있으며 생산량이 미국 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어 당장은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BM 수출통제는 오는 31일부터 적용된다.

국내 증권가에선 내년 반도체 업황이 미·중 무역전쟁 재발 우려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져 주가 변동성이 클 것이라며 삼성전자 주가가 박스권에 머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밸류에이션 매력은 있지만 본질적인 경쟁력 복원이 확인될 때까지 박스권 주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미·중 간의 무역분쟁이 확대될 것을 우려한 완제품 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편, 삼성전자는 최근 줄줄이 국내 주요 상장지수펀드(ETF)에서 편출된 것으로도 나타났다. HBM 경쟁에서 여전히 주도권을 쥐기 쉽지 않은 가운데, 주가 회복에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판단 때문이란 평가도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상장폐지된 상품을 제외하고 총 7개의 국내 ETF가 삼성전자를 편출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메타버스액티브’ ‘KODEX 모멘텀Plus’ ‘KODEX 아시아AI반도체exChina액티브’ ‘KODEX 배당성장’ ‘KODEX 배당성장채권혼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글로벌AI액티브’ ‘TIGER 배당성장’ 등이 삼성전자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이 가운데 배당성장형 ETF 3개는 한국거래소가 올 6월 ‘코스피 배당성장 50지수’ 정기 변경을 통해 삼성전자를 구성 종목에서 빼자 자동으로 투자를 중단했다.

그간 삼성전자를 편입하지 않다 올 들어 새로 투자하게 된 ETF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엔비디아밸류체인액티브’,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주주가치성장코리아액티브’, 미래에셋운용의 ‘TIGER MKF배당귀족’, 교보악사자산운용의 ‘파워 K-주주가치액티브’ 등 신규 상장을 포함해도 총 4개에 불과했다. 이는 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지수를 추종하는 ETF들은 뺀 통계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부문을 통해 경쟁력 약화가 드러나면서 ‘기술의 삼성’이라는 이미지가 훼손됐고 장기 성장성에도 의문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