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인분, 23개 테이블 셋팅까지 했지만 ‘노쇼’
사장, 업무방해죄로 예약 손님 경찰에 신고
회 300만원 어치 ‘노쇼’ 피해를 당한 부산 횟집이 제보한 영상 화면. 마늘과 야채 등 기본 찬이 깔린 식탁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JTBC ‘사건반장’ 갈무리]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한 초등학교총동문회가 회 300만원 어치, 90인분 단체 예약을 해 두고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no-show)’ 피해를 입힌 사건이 전해졌다. 해당 손님은 “다른 횟집과 착각했다”고 변명하며 식당 측의 전화번호까지 차단해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JTBC ‘사건반장’은 부산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장인이 이같은 ‘노쇼’ 피해를 당했다는 제보자의 사연을 지난 2일 방송했다.
3일 방송에 따르면 제보자의 장인인 사장은 지난 10월 가게에 찾아온 한 손님으로부터 단체 예약 문의를 받았다. 그는 사전 답사 차원에서 직접 방문했으며 “1달 뒤 80명이 갈 예정이고, 단독으로 쓰고 싶다”고 했다.
예약 손님이 직접 영수증 뒷면에 적은 예약 내용. [JTBC ‘사건반장’ 방송 갈무리] |
사장은 한 층 전체를 손님에게 내줄 것을 약속하고, 손님은 메모지에 예약 내용을 직접 적었다. 방송에서 공개된 메모지에는 ‘11월 9일(토), 80명, 오후 1시30분~2시’라고 적혀 있다.
사장은 단체 손님이었던 만큼 다음 날에도 손님에게 연락해 “인원이 많다 보니 확정이 제일 중요하고, 메뉴도 미리 받아야 한다. 예약 날짜 앞두고 연락드리겠다”고 당부했다.
예약 사흘 전 식당 매니저는 확인 차 한 전화해 변동 사항이 없는 지 물었고, 예약 손님은 “절대 없습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손님은 “90명 정도 갈 거다. 메뉴는 테이블당 12만원어치 모둠회로 주문하겠다”며 인원을 늘려 예약을 확정했다. 예약 당일 오전에 사장이 재차 확인한 전화에도 “92명이 갈 거고, 기사 3명 자리는 따로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사장은 예약 당일 23개 테이블을 셋팅하고 약 300만원어치 메뉴를 준비했는데, 손님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손님은 “횟집이 꼬였뿌렸네. 그걸 제가 착각을 해버렸네”라며 “예약한 곳에서 전화 온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라고 연락해 왔다.
제보자에 따르면 손님이 헷갈린 횟집은 40분 거리에 있는 곳으로, 가게 이름도 판이하게 달랐다.
사장은 책임을 묻기 위해 손님에게 연락했으나, 손님은 사장 연락처를 차단했다.
결국 사장은 손님을 업무방해죄로 경찰에 신고했다.
사장은 “20년 넘게 횟집 운영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 돈도 돈이지만 사과도 못 받았다”라며 “연락했다가 바로 차단당했다. 다른 가족의 휴대전화로 연락했을 때도 가게 이름 말하자마자 차단당했다”고 호소했다.
예약 손님은 ‘사건반장’ 제작진에 “당시 너무 바빠서 잠깐 차단한 거다. 지금은 풀었다”라며 “단체 예약하는데 계약금도 안 받고 계약금을 주지 않았으면 예약이 안 된 거 아니냐”고 반박했다. 또 “이 정도로 피해가 큰 줄 몰랐다. 총동문회 회장님께 이 내용을 보고해 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외식 업계에선 예약 시 선결제를 요구하는 경우 욕설을 하거나 악평 리뷰를 달겠다고 협박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