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연합]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라는 초강경 수단을 선택한 데에는 ‘3명의 김씨’가 그 배경에 있다는 일본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9일 ‘한국 비상계엄, 윤 대통령 폭주 배후엔 3인의 김씨와 마음 속 한계’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44년 만에 선포돼 밤사이에 해제된 비상계엄을 둘러싼 의문점이 여전히 많다”라며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내리게 한 배경의 핵심인물로 김건희 여사와 김용현 전 장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꼽았다.
신문은 먼저 한국의 야당이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부정 의혹 스캔들을 용서 없이 추궁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신문은 “윤 대통령은 부인 문제만 나오면 사람이 바뀐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면서 김 여사가 명품백 수수·주가조작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차에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와의 대화 녹음이 폭로되자 더 이상 새로운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계엄으로 국면을 전환하려 했다는 시각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위해 지난 6월 10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인 공군 1호기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김용헌 전 국방부 장관, 오른쪽은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연합] |
김 여사 다음으로 계엄 선포에 영향을 미친 인물로는 김 전 장관을 지목했다.
신문은 김 전 장관을 두고 “계엄을 유도한 장본인으로, 실제 실행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김 전 정관이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2년 전 대선 당시 윤 대통령에게 외교나 안보 정책을 조언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 정계에는 몇 달 전에도 김용현의 갑작스런 국방장관 취임에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고, 대통령실은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의 머릿속에서 이를 계속 구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찰을 감독하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 역시 충암고 출신이자 윤 대통령의 후배라는 점을 밝히며 “세계를 놀라게 한 계엄령은 충암고 인맥을 중심으로 한 밀의였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이 9일 ‘한국 비상계엄, 윤 대통령 폭주 배후엔 3인의 김씨와 마음 속 한계’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닛케이신문 캡처] |
신문은 마지막으로 북한의 김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신문은 “이번 비상계음은 윤 대통령이 한국 야당 등을 ‘반국가세력’으로 치부해 북한지도부와 동일시하고 있는 점에 또 다른 특징이 있다”라며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는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청산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 (북한과 종북에 대한) 적의가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보수층에는 좌파·혁신 정당이 지금도 북한의 영향하에 있다고 믿는 강경파가 있다”며 “야당에 의해 치안 관련 예산이 깎이면서 윤 대통령의 마음이 끓고 있었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